김장을 했다며...고모가 김칫속과 노오란 배추속잎들을 보내셨다. 고춧가루도 알맞게 들어가고, 무엇보다 굴냄새가 싱싱한 김칫속을 하도 먹었더니... 뱃속이 다 얼얼하다. 내가 아주 어렸을쩍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집집마다 도라무깡에다 배추를 절이고 동네아즘마들은 "오늘은 정숙이네 김장날이다!" 아시고는 정숙이네 집으로 몰려가는...잔칫날이었다. 김장담구는일에 거들지는 못해도, 오며가며 아즘마들이 입에 넣어주는 김칫속은, 고춧가루냄새가 풋풋하니...별미중의 별미였는데, 그날 끓이는, 배추꼬랑지국은...또 얼마나 구수했던지. 김치가 익을무렵, "영철이 엄마가 소금간을 짜게 했다." "배추를 더 절구어야 되는데 숙희엄마가 그냥 씻어서 간이 안들었다." 등등, 김치가 맛없게 되는것은...몽땅 이웃집 여자들의 잘못때문이었다. ㅎㅎㅎ 김장을 해놓고, 연탄을 들여놓고, 쌀가마니 쌓아놓고... 겨울준비가 끝난 그 안락한 평화는 "찹쌀떠~~억~~~ 메밀무~~~~욱~~~!" 하는 소리에 펄떡 일어나, 못에걸린 스웨터를 걸쳐입고 나갈때에 정점에 이른다. 김장김치 썰어넣고, 메밀묵 썰어넣고, 양푼에 담아가지고 아랫목에 앉아 입가에 군침을 흘리며, 숟가락을 든식구들이 모여들을때 쨍~한 겨울밤은...그것이 행복이라고 구태어 느끼지 않아도 그렇게... 그렇게... 깊어만 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