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하늘이 두려울 때가 있다 (올림픽 공원에서)

by 김용민 posted Nov 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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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이 쏟아져 내리는 오후 올림픽 공원엘 들렀다

참 가까운 곳이지만 아직 이 곳 풍경을 렌즈에 담아 보지 못했다
다른이들 처럼 바닷가로 산으로 호수로 출사를 다니며  마음껏 사진을 찍고 싶은데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늘 마음의 여유가 없다
자신이 발 붙히고 선 입지를 버려야 비로소 자유로워진다고 하는데
내 발바닥은 언제나 한 뼘의 땅을 벗어나지 못하고 동동 거린다

평일 오후건만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발 걸음마다 무척 여유로워 보인다
겨우 한 뼘 남은 저녁 빛을 초조하게 바라보며 60분의 1초를 카메라에 담아보겠다고 서둘러
호수가로 달려 가는 내 모습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또 내일의 햇살이 비칠터인데.........

눈발처럼 쏟아져 내리는 은행잎 사이 길을 헐레벌떡 숨차게 걸어와 바라보는 호수에는
마지막이라도 되는 듯 가을 저녁 잔광이  막 지나고 있었다

호수위에 어리는 구름과 하늘의 깊이가 무척 깊다
몇 달 동안 모가지를 들지 못하고 살아서인지 발 밑에 하늘이 있다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을 한다
항상 열려있는 문은 이미 문이 아니듯 하늘이 하늘에만 있을 때는 하늘이 아니라는 생각도 한다
좁은 실내에서 답답한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을 때
더 넓은 세상의 질감을 맛 볼수 있듯이
물속에 있는 하늘이 머리위에 있는 하늘보다 더 넓고 경건한 것 같다

사진/글/김용민  http://blog.paran.com/wildp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