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집 가까운곳에 있는 양재천을 걸었다. 가방속 보온병에 따끈한 물을 담고 종이컵과 커피를 들고 나서니...소풍가는 기분이 든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나무벤치에 오손도손 앉아 이야기하는 사람들, 운동기구위에 올라가 열심히 몸을 다지는 사람들, 걷기를 하는 사람들, 잠시 나도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고개를 돌려보니...멀리서 한남자가 기타를 치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앉아서 좀 들어봐야지.) 날씨가 춥지는 않으나, 흐린 가을날에 기타줄의 音을 맞추고, 코드를 잡는 그 남자에게 관심이 갔다. 커피를 다 마시고...일어났다. 가까이...아주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남자 발아래엔, 반쯤 먹은 소주병과, 과자부스러기, 검정 비닐봉투에 남은...더 많은 소주병과...안주, 이미 그는...벌건 얼굴이 되어있었다. 어둡지 않은, 점심시간... 하천가에 앉아 기타를 치는...그남자가 웬지 사연이 많을것만 같아 보였다. 노래를 들으려 했던 나의 기대는... 映畵 <올드보이>를 보았을때 처럼 무겁게 내려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