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05.09.07 10:13

문(門)

조회 수 251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문(門) 
            

              빠르게 질주하는 세상 한 가운데서 
              무기력하고 어눌한 나의 처신은 좁고 밀폐 된 공간에 나를 갇히게 만들었고 
              나는 점점 혼자가 되어 갔다 
              어쩌다 문 틈새로 보이는 바깥 세상은 밝고 화려한 듯 했지만
              한 번 굳게 닫혀진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가까스로 밀치고 나온 문 밖 어디에도 내가 동경하던 세상은 없었다 
              또 다른 문만 내 앞을 굳게 가로 막고 있었을 뿐.....

              아득한 어린시절 비바람 몰아치던 칠흑의 밤이면
              마당에 감나무 가지는 창문에 기괴한 모습을 그리며 어린 나를 공포 속으로 몰아 넣었고
              그 때마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절하듯 잠들고는 했다
              하지만 눈을 뜨면 아침은 거짓처럼 햇살을 데리고 문 밖에 와 있었고
              감나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떼고
              눈 앞에 붉은 아침 햇살 젖은 촉수를 내밀고는 했다
              그러나 달빛이라도 들이치는 밤이면
              문은 신비한 그림을 그려냈으며
              그때 달빛은 저 혼자 찾아오지 않고 늘 온갖 정담을 함께 데리고 왔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든, 달빛에 어른이든
              문살에 얹혀있던 풍경은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먼 추억이 되었지만
              시간의 사유로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내 유년의 들창에 아직도 아스라이 남아있다

                      사진/글/김용민


 


   

  • ?
    이은식 2005.09.07 10:58
    '문살에 얹혀있던 풍경은 ...
    내 유년의 들창에 아직도 아스라이 남아있다' 멋진 표현입니다.
    괜히 시인이 아니지요!

    남아있는 것이 어찌 풍경뿐이겠습니까마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16 my heart will go on / celine dion & andrea jane corr(irish whistle) 김윤준 2005.08.28 298
2015 wipe out / the ventures 1 김윤준 2005.08.28 274
2014 [詩/사진]. 어쩌면 노을빛 아닐까 해서 (다시 올려 놓으면서) 5 file 김용민 2005.08.30 261
2013 그건 웬쥐... 7 조경현 2005.09.02 253
» 문(門) 1 file 김용민 2005.09.07 251
2011 [사진] . 청둥오리의 求愛 김용민 2005.09.09 308
2010 [사진] . 거울 속의 청둥오리 김용민 2005.09.09 315
2009 엘리베이터와 자장면 (퍼옴) 김용민 2005.09.09 391
2008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 "넘쳐흐르는 눈물" / 바리톤 디트리히 휫셔-디스카우 김윤준 2005.09.12 234
2007 i love you because / jim reeves 1 김윤준 2005.09.12 346
2006 장미빛 인생 / 달리다 &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김윤준 2005.09.12 321
2005 play me / neil diamond 김윤준 2005.09.12 321
2004 죤 웨인 "리오 브라오" ost 김윤준 2005.09.12 337
2003 산노을 / 테너 신영조 김윤준 2005.09.12 328
2002 패티 페이지 한창 날릴때.. 김윤준 2005.09.12 324
2001 뉴올리언즈의 폐허같은 집 한채, 사람들은 그 집을 해뜨는 집이라 부르죠 김윤준 2005.09.12 326
2000 the boxer / simon and garfunkel 김윤준 2005.09.12 252
1999 생일 축하 김윤준 2005.09.13 359
1998 [re] " 나까무라" 김용민 2005.09.14 375
1997 [사진] . 고추잠자리와 눈싸움 하기 김용민 2005.09.16 363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130 Next
/ 13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