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門)
빠르게 질주하는 세상 한 가운데서
무기력하고 어눌한 나의 처신은 좁고 밀폐 된 공간에 나를 갇히게 만들었고
나는 점점 혼자가 되어 갔다
어쩌다 문 틈새로 보이는 바깥 세상은 밝고 화려한 듯 했지만
한 번 굳게 닫혀진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가까스로 밀치고 나온 문 밖 어디에도 내가 동경하던 세상은 없었다
또 다른 문만 내 앞을 굳게 가로 막고 있었을 뿐.....아득한 어린시절 비바람 몰아치던 칠흑의 밤이면
마당에 감나무 가지는 창문에 기괴한 모습을 그리며 어린 나를 공포 속으로 몰아 넣었고
그 때마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절하듯 잠들고는 했다
하지만 눈을 뜨면 아침은 거짓처럼 햇살을 데리고 문 밖에 와 있었고
감나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떼고
눈 앞에 붉은 아침 햇살 젖은 촉수를 내밀고는 했다
그러나 달빛이라도 들이치는 밤이면
문은 신비한 그림을 그려냈으며
그때 달빛은 저 혼자 찾아오지 않고 늘 온갖 정담을 함께 데리고 왔다아침 햇살에 반짝이든, 달빛에 어른이든
문살에 얹혀있던 풍경은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먼 추억이 되었지만
시간의 사유로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내 유년의 들창에 아직도 아스라이 남아있다
사진/글/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