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산대교 위에서
[어쩌면 노을빛 아닐까 해서]
조금씩 하늘 부수며
하얗게 부풀어 오를 때는 생각이더니
지금은 망가진 채 모두 떠나고
구름은 종내
아무 것도 만들지 못했다
햇덩이 길게 목을 매는 서편 하늘
실금으로 깨어져
조각조각 떠도는 구름 사이로
더는 살아날 길 없는 타다 남은 불씨
섭섭함 같은
말하자면 生이란 것이
벌겋게 달아오르다 스러지는
어느 지나간 저녁
노을빛 같은 것은 아닐까 해서
詩/사진/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