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욱 씨 글에서 지심도 이름을 들으니 옛날 생각에 잠긴다. |
80년 봄, 휴가를 막내동생과 거제도로 갔다. |
거제도 장승포까지 갔는데 책을 보며 갈 곳을 많이도 알아 왔지만 막상 가기엔 교통편이 만만치 |
않아 장승포항 다방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어떻게 할까하고 있는데 시간은 가고 항구로 갔다. |
배가 들어와 있어 선장님께 여기서 어딜가면 좋을까요? 물으니 지심도를 가란다. |
가깝고 볼만하다고 하시며 바로 출발한단다. |
장승포에서 25분정도라니. 그 조그만 배에 달랑 손님 3, 선장님까지 4명이 타고 출발. |
날이 흐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안개 속을 미끄러져 간다. |
가깝다고 해서 다행이지 어디로 가는지 보이지도 않아 꼭 붙들려가는 기분이다. |
조금가니 섬이 보이는데 숲이 가득해 맘에 든다. |
들어가는 길에 동백나무가 양쪽으로 숲을 이루어 길이 캄캄하다. |
동백나무의 잎이 얼마나 두터워 보이고 윤기가 나 반짝이는지 탄성이 나온다. |
이제 배는 바로 떠난다니 이 곳에서 하루를 묵어야 할 것같아 민박을 먼저 정해 |
짐을 놓고 섬을 한바퀴 돌아보려고 나갔다. |
아무도 보이지 않는 섬에 동생과 내가 섬을 다 가졌다. 조그만 섬이라 구석구석 샅샅이 |
보는데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절벽, 사이사이 돌틈, 바닷가, 숲, 밭들, 해녀 하나가 |
절벽아래 바다에서 물질하는 모습도 아름답다. 해녀를 처음보았다. 멀리서지만. |
바람을 실컷 쐬고 저녁이 되어 민박집으로 왔다. |
다음 날 일찍 또 바닷가로 갔다. 쾌청한 날씨다. 부산에서 왔다는 낚시꾼들을 만났는데 고기가 |
너무 많아 지겹다며 우리보고 해 보란다. 바위에 앉아 낚시를 하는데 오목해서 완전 어항모양으로 |
고기를 잡아다 놓은 것처럼 하나 가득이다. 이름은 잊어먹었다. 붉은 색이었던 듯. |
지렁이를 꿰어줘 낚시를 하는데 고기가 와서 지렁이를 따먹고 가는게 다 보여 낚시대를 잡아올리면 |
지렁이만 날름 먹고 빈 낚시다. 동생은 제법하는데 나는 한마리도 못잡고 지렁이도 징그러워 |
못 꿰고… |
한번 밖에 없는 낮 배를 타야해서 다시 섬을 한바퀴 돌았다. 일본군이 파놓은 방공호(?)는 아니고 |
뭐라고 하지? 군인들이 숨어 살피는 곳도 보고. 반짝이는 파아란 바다도 실컷 눈에 담고 |
문장 실력이 여기까지라. 옛날 같지는 않겠지만 추천하고 싶은 곳. |
근데,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 남아있는 것은 민박집 며느리. |
동생이 그 때, 재수하는 20살 이었는데 그 또래일 것 같은 그 집 며느리, 진짜 미인임. |
키도 훤칠하고 몸빼바지를 입었지만 적당히 살집도 있고 내 맘에 딱드는 얍실하지도 요란하지도 |
너무 하얗지도 않은 얼굴로 시어머니가 안고 있는 아기의 엄마인 듯, 빨래하고 밥하고 계속 일하며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이.. |
부러워하는 눈빛이 아니었기만 바랄 뿐. 서로 한마디도 안했지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
일명 동백섬이라 하여 수백년 된 아름들이 동백나무숲이 온섬을 덮은 채 하늘을 가리고 있어
한 낮에도 컴컴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절벽의 해안선 역시 비경 그 자체였습니다.
보호씨의 25년전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생생하게 접하니 "산천은 의구하다" 라는 옛말이
다시금 확인되어집니다. 차제에 다시 한번 방문하여 젊었던 옛날로 돌아가길 권합니다.
제가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