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때, 외증조 할머니宅에 놀러 갔다. 충남 당진에 위치한 증조 할머니댁은, <洪氏땅을 안밟으면, 당진에서 못돌아 다닌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주 부유한 집이었는데 불행하게도, 외증조 할머니에게 아들이 없었다. 그 시절, 養子를 들이는것도 당연한 것처럼 그곳에는 외할머니의 동생이며, 우리 어머니의 외삼촌이신, 즉, 외증조 할머니의 양자가 같이 지내셨다. 어느날 우리어머니의 외숙모님이 밖에서 놀고 있는 나를 갑자기 끌어당기고, 대문앞 볏짚뒤로 같이 몸을 숨기셨다. 어린 내가, 고개를 살며시 돌려 본 풍경... 어머니의 외삼촌이신, 그분이 낫을 들고 겅중겅중 뛰어 다니셨다. 얼굴은 이미 술에 취해, 붉어있었으며 입으로는 차마 담지 못할 욕설들을 내 뱉고 계셨다. 아주 오래전의 그일은, 지금도 내게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어, 술에 절어 지냈어도, 한평생 잘 먹고 잘살았지만 아내에게나, 자식들에게 몹쓸 상처를 남기고 돌아가신 그분이 <가정폭력>의 대명사 처럼 남아있다. 매를 맞고 살던 아내가, 남편을 목졸라 살해했다. 뉴스에서 간간히 보여지는 사건이다. 그녀의 피멍들은 목덜미와, 부어터진 눈덩이가 화면에 보인다. 아무것도 모를것 같지만, 이미 상처투성이의 아이들이 그린, 도화지속의 엄마.아빠가... 애처롭다. <殺意>가 실행되는 순간... 그녀의 생존본능이, 발휘 되었을것이다. 그녀가... 罪를 졌다고 할수 있을까? 罰이 마땅하다고 할수 있을까? 재판관이 아니지만, 내 생각에... 그녀는... 無罪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