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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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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 하도 화사해 무작정 나선 산책길,
바람 불 때마다 땅속 깊이 숨어있던 봄의 흙 내음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오랜만에 엷은 풀 비린내에 취해 봅니다.

김훈의 에세이 <자전거 여행>에서 읽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풀들이 흙덩이를 치받고 올라오는 것이 아니다. 새싹이 무슨힘이 있어
무거운 흙덩이를 밀치고 올라오겠는가. 흙이 비켜 준 자리로 풀 들은
올라온다.“

개천 사이 휘어진 길 따라 천천히 발걸음 옮기다가 토끼풀 사이에서
삐쭉 목 빼고 바라보는 노란 애기똥 풀에 눈길이 멎었습니다.
초록색 풀밭과 연 노랑색 대비가 아름답습니다.
아이들 손바닥 크기만큼이나 될까요
국화잎 모양의 이파리 사이에 솟아오른 꽃대, 그 끝에 달려있는 조금은
애처로울 듯한 연노란 꽃망울을 손가락으로 비벼 문지르면 번져 나오는
꽃물이 애기 똥색 같다 하여 붙여졌다는 이름
메마르고 거친 땅에 태어났으나 이 여리고 가냘픈 것의 모습이 오늘은
왜 그런지 발랄하고 선명해 보입니다.

사람들은 꽃마다 그럴듯한 이름이나 꽃말을 붙여놓고 있습니다
가령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
어디 하얗고 깨끗한 꽃이 백합 뿐일까요만 인간끼리 붙여 놓은 꽃말의
약속 때문에 백합은 연인들 사이에서 혹은 혼례식장에서 가장 많이 주고
받는 꽃이 되었습니다.
같은 흰색이면서 백합만큼 그윽하고 아름다운 국화는 너무나 처연해
보였기 때문일까요. 장례식장을 장식하는 것은.....

월드컵 공원까지 개천을 따라 한 십리쯤 천천히 걷노라면 유난히 촌
색시같이 수줍음으로  노란 꽃들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우선 키 작은 양지꽃이 있습니다.
양지꽃과 뱀딸기 꽃은 아주 비슷합니다.
언젠가 우리가 여수 어느 섬에 갔을 때 풀 섶에 핀 노란 꽃의 이름을
물어오는 어느 친구(여자)에게 난 뱀딸기 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었
지만 사실 아직 뱀딸기 꽃과 양지꽃을 잘 구분하지 못 합니다

그리고 키 큰 장다리꽃, 일명 유채꽃은 유난히 연두색을 많이 머금은
어설픈 노란 색입니다.
그다음은 갓 꽃, 꽃 모양은 얼핏 장다리꽃과 구분하기 어렵지만 이파리가
손바닥처럼 두툼하고 약간 보라색 빛을 띄는 것이 갓꽃이고 약간 작은
녹색 이파리가 장다리입니다

다음은 우리가 바람에 날리는 홀씨 때문에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민들레,
그리고 안개꽃처럼 깨알 같은 송이들이 다닥다닥 무리를 이루어 바람에
하늘거리는 여린 꽃이 꽃다지,
꽃다지와 모양은 비슷하나 하얀색의 꽃이 냉이꽃 이고.........

나는 아주 작은 들꽃을 좋아 합니다
들꽃은 꽃으로서의 중량감은 전혀 없으나 들판에 오글오글 모여 있는
것을 보면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기운 만 파스텔화처럼 어렴풋
한 것 같습니다

꽃으로 피어나고 씨앗을 맺지만 불행히도 사람들의 눈에서 멀어진 꽃,
장미처럼 혹은 백합처럼 꽃말이 아름다워 사람 들 입에 오르내렸더라면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받았을 꽃,
꽃이라는 이름을 포기하지 않고 따가운 햇살아래 굿굿 하게 버티고 섰다가
어느날 노을이 스러지듯 종적을 감춥니다

바람이 거센 산등성이에 피는 들꽃은 크거나 화려 할 수 없습니다
들판이 척박 할수록 들꽃의 키는 작아집니다.
키 작은 노란 양지꽃을 보면서 나 젊었을 적 돌아가신 어머님 미소를 생각
합니다

*********
일요일은 어버이날이자 산에가는 날입니다
내소사 자락에서도 양지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김용민

 

 

 

  • ?
    안상호 2005.05.05 13:25
    용민아 너의 주옥같은 글을보면서 시골에서 자란 옛 시절이 아련하다..
    나는 시골에서 크면서 민들레 꽃을 참 좋아했단다,
    왜냐하면 민들레는 화단을 고집하지 않기떄문에 나는 그 민들레를 참 좋아했다..
    길가 어느모퉁이든, 상관없이 아무데나 피어있는 민들레처럼...
    그래 지금은 내가 민들레 목회를 하고있다고나할까..틀에 꽉 짜인 목회가 아닌것 처럼..
  • ?
    김용민 2005.05.05 14:56
    안 목사!
    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 마실 것 배부르게 먹고
    하늘나라에 오르려는 세상에서
    목사가 벌리는 민들레 같은 목회야 말로 하늘에서 원하는 성사가 아니겠는가
    난, 잘 모르지만........
    세상 어느 곳이든 밝은 꽃이 피어있는 곳이 바로
    아름다운 꽃밭이 아니겠는가


  • ?
    오정희 2005.05.05 18:52
    지금 막 약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산에서 내려왔다.
    아기똥풀이랑 여러가지 들꽃들 많이많이 보았는데, 별로 마음 가지 않았던 붉은병꽃이
    오늘따라 빗속에서 정이갔다.
    스스로 들꽃 같은 목회를 하고있다는 안목사...그 교회의 성도들은 더욱 행복하겠다.( 일기 끝. ^^ ~ )

  • ?
    김형규 2005.05.06 12:35
    여기서 동북쪽으로 한 150 마일 가면 모하비 라는 이름의 사막이 있고 그 사막에 거북이들이 한 천여 마리 정도 살고 있다기 에 지난 토요일(4월30일) 갔었지. 날씨 때문인지 거북이는 겨우 한 마리 밖에 못 봤지만 사막에 핀 진기한 들꽃을 볼 기회가 있었어. 자네 말대로 특별히 화려 하지는 않아도 사막이라는 거 치른 환경에 굴하지 않고 피어난 생명력 강한 들꽃들을 보면서 마치 곱지는 않아도 삶의 자신감에 넘치는 한국의 어머니들을 보는 듯 했네.
    “꽃이라는 이름을 포기 하지 않고 따가운 햇살아래 굿굿 하게 버티고 섰다가 어느 날 노을이 스러지듯 종적을 감춥니다:”
    별로 생각 없이 사는 일상의 단조로움 속에서 이런 윤기 나는 표현을 대할 때 마다 문득 생각이 들곤 하지…… 밀가루가 수제비도 만들지만 다른 손으로 가면 예쁜 만두로도 빚어진다는 것을..
  • ?
    박혜옥 2005.05.06 15:08
    오래전 같은 학년에 근무하던 남자 후배가 내 별명을 '들꽃' 으로 지어주었답니다.
    아마도 나의 소박함과 소탈함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지요.맞나?
    아주 작고 귀여운 들꽃들이 점점 아름답게 느끼지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던데....
    --난 우리 밭에 피어나는 잡초들을 아까워서 뽑아버릴수 없다는데 비애를 느낍니다.--
  • ?
    오정희 2005.05.06 17:50
    옥아, 네 마음 충분히 안다. 누가 그 아름답고 귀여운 꽃들에게 '잡초'라 하였는지 나도 못내 유감이다.
    우리 '미초'라고 바꾸어 부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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