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하얀 꽃의 내부-
아침 출근하다 말고
서부간선도로 휘어진 길가
꽃 무리 너무 화해 눈 뒤에 모두 감출 수가 없었다.
백철쭉이 그러했고
조팝나무 꽃이 그러했고,
생각해보면 저
꽃
누구나 이승 건널 때는 흰빛으로 간다고는 하지만
새순 속에 넘쳐 날뛰던 연초록이
어떻게 전생을 건너며 하얗게 되어왔는지
한번도
세상에 온 적이 없었던 것처럼
꽃 속에 숨어, 없는 듯 있는
하얀빛
**********
詩作 Note
서부간선도로 길가에는 휘어진 길 따라 꽃들이 단아하게 모여 있다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차례대로 피었다지고 이제는 조팝나무 흰 꽃
이 밤새 눈 맞은 것처럼 조밀하게 피어있다 새순이 입술을 앙다물고
한꺼번에 뾰죽 뾰죽 돋아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끝간 데 없는 자동차
행렬에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밝아 온다
서로 손을 잡으려 뻗친 팔 깍지 끼고 있는 가지 끝, 투명한 연초록
잎 새 위에 봄 햇살 따라 차례대로 피어 몸 열어가는 흰 꽃이 오늘은
결백보다도 순결하다고 생각했던 아침
시/글/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