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05.04.18 16:23

봄나들이 가던 날

조회 수 305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며칠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마음의 병을 앓았습니다.
어느새 활짝 틘 개천 길 벚나무들이 차 유리창으로 바싹 다가와 아는 체를 합니다
차창을 조금 열자 좁은 틈새로 봄내음이 가득 들어옵니다

오늘은 벼르고 별러 서오릉으로  봄맞이 산책을 나서기로 한 날, 매표소를 지나서
천천히 마음 씻으며 연신 코로 숨을 들이켰지만 이곳은 아직 고요 속에 꽃 냄새의
흔적만 묻어 있는 것 같습니다.
밖은 이미 봄이 왔다고 난리들인데 말입니다.

홍살문 지나 달려오는 저 바람소리, 그 바람에 흔들릴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키 큰
소나무, 그 소나무 뒤에 엉거주춤 서 있는 산 모두가 하나 같이 낯익은 모습입니다.
게으른 상수리나무란 놈들이 모두 알몸으로 웃통 벗고 모여 마지막 봄볕을 쬐고
있고 줄기마다 분홍 빛 꽃등을 매달고 별처럼 모여 있는 벚꽃들은 엄동에 수도관
터지듯 금방이라도 하얀 물감이 뿜어 나올 것 같습니다.

아침에 무슨 열 받을 일 있었는지 반쯤 피려다 만 자목련 꽃 몽우리들  뾰죽뾰죽 
모두 나를 향해 주먹을 쥐고 일어서 있습니다.
귀에 익은 새 소리, 소쩍새 소리인가 휙휙 귓전을 지나가고 누가 쫓아오지 않는 데도
숨이 차면서 작년 가을에 삐끗한 발목이 조금씩 욱신 거려옵니다 

겨우내 뻣뻣이 서서 죽은 황량한 억새들이 모여 바람에 출렁이는 언덕배기 넘어서자
분홍 빛 진달래가 여기저기서 손을 흔듭니다
가실 때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겠다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읇어 대던 김소월 시
때문인지 아니면 이빨이 보라색이 되도록 따 먹던 어릴 적 기억 때문인지 진달래를 
보면 측은하고 가련해 지는 것은 연분홍 그리움 색 때문일까요

하양제비꽃, 재작년 그 여수 어느 섬에 지천으로 깔렸던 노랑 양지꽃,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좁쌀처럼 작디작은 꽃, 그 꽃들은 작아져도 외롭지 않은지 제가 더 작다고
조잘댑니다.

길섶에서 손짓하는 들꽃들에 한 눈 팔다가 문득 고개 들어  바라본 하늘에는 섭섭한
듯 혼자서 다 식은 웃음 웃고 있는 반 토막 낮달
아, 그래 , 너도 있었구나.

.......................

휴일이면 곧잘 혼자 나들이 길에 선다.
그 때마다 길은 색다른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나를 반겨 주었고,
추억을 불러다 주었으며 사색의 실마리가 되어 주었다.
추운 겨울은 꽃피움의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자극함으로서
더욱 더 튼튼한 개화를 유도 한다는 학설을 믿으면서
춥고 외로운 인생의 겨울은 과연 나의 삶에 어떤 의미일까
봄꽃나무 가지를 잡고 잠시 생각해 보았던 하루.............
 
글/김용민
 
 
 

  • ?
    조경현 2005.04.18 19:41
    봄에 앓는 病...
    해마다 봄이 되면...도지는 病
    봄꽃도...해결해 주지 못하는 病
    스스로 앓고, 스스로 낫는...病
    네가 아파할때...나도 아픈 病
  • ?
    이미자 2005.04.18 23:26
    그래서 .............나도 아픈 病 ^^
  • ?
    이은식 2005.04.19 11:24
    시인의 '마음의 병'은 왜 낫질않우?? ㅋㅋㅋ
    그 병에 좋은 약이 있는디~~~ 뭐냐고라??
    밥많이 드시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꽃은 꽃..봄은 봄 일뿐... 의미는 찾아 몰하우???
    헤헤 도망가야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6 johann strauss II waltz "the voices of springtime" / cond. carlos kleiber &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김윤준 2005.04.24 313
375 verdi opera "nabucco" act III "the chorus of the hebrew slaves" / rome santa cecilia orchestra & chorus, 지휘 정명훈 김윤준 2005.04.24 308
374 tchaikovsky ballet suites "swan lake" act I "pas de trios - adagio" / the bolshoi ballet 김윤준 2005.04.24 265
373 점잖지 못한 욕이 눈에 거슬리긴 하다 김윤준 2005.04.24 380
372 이찌로의 솜씨는 완벽했다 김윤준 2005.04.24 352
371 강력 접착제에 장갑이 붙어버렸다 김윤준 2005.04.24 362
370 쐬주 낱병으로 사다 먹을 필요없다 김윤준 2005.04.24 365
369 pope benedict XVI 김윤준 2005.04.24 357
368 그러지 마세요, 제발 ㅠ.ㅠ 2 조경현 2005.04.20 340
» 봄나들이 가던 날 3 김용민 2005.04.18 305
366 김샌다. 2 조경현 2005.04.15 254
365 [re] 오맛! 깜짝이얏!! 조경현 2005.04.15 252
364 목련꽃 이파리를 쓸어 담으며 6 김용민 2005.04.13 272
363 불멸의 등불 남기고 가시다 김윤준 2005.04.10 325
362 handel harp concerto no.6 in bp major andante allegro 김윤준 2005.04.07 360
361 깜박 잊고 있었던 이름...영화배우 <장동휘> 3 조경현 2005.04.04 229
360 pope john paul II 1 김윤준 2005.04.03 381
359 just when i needed you most / randy van warmer 김윤준 2005.03.31 357
358 "비바리 나와라 오버!" 4 조경현 2005.03.26 249
357 알 xxx를 꽁꽁 묶어라! 1 김윤준 2005.03.25 368
Board Pagination Prev 1 ...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 130 Next
/ 13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