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해가 가고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두움과 혼절의 밤이 지나자 아침은 거짓말처럼 눈부신 햇살을 데리고 창밖에 와 있습니다
현관을 열고 새해 첫날의 첫 햇살을 집안으로 들여 놓으며 문득, 아침이 되었기에 해가 뜨
는 것이 아니라 해가 뜨고 있기에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강교 철 빔 아래서 붉게 솟아오르는 태양이 세상을 팽팽하게 긴장시키면서 아침을 여는가
하면 하루치 열량을 다 태우고 난 뒤 서서히 서쪽 강물에 투신하는 일몰에 사람들은 안도감
과 허전함으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해의 거취에 따라 시선에 밟히는 이 두 가지 조바심과 풀어짐의 현상은 아침이면 강을 건너
일터로 가고 저녁이면 다시 그 강을 건너 집으로 오는 나의 일상과도 일치됩니다.
열리면 닫히고 끝인가 싶으면 다시 시작되는 正과 反 그리고 合의 끝없는 우주의 섭리는
눈부심과 화려함 뒷면에는 반드시 어둡고 쓸쓸한 그림자가 있으며 어떠한 질곡과 불행 속
에서도 희망과 행복의 순간은 반드시 온다는 순환의 질서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앞에 도래하는 희망과 절망이 단지 유리한 것과 불리한 것에 대한 취함과 버림
의 구분이라면 분명한 것은 불리한 것 인줄 알면서 버리지 못하는 습성 때문에 인간은 행복
한 순간에도 행복할 수 없고 불행을 스스로 양유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까지 태양의 운행 궤도에 오차가 있었다는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始原이전부터 뜨
고 지고 다시 뜨는 해의 지속적인 반복은 앞으로도 계속이어 질 것이므로 희망과 절망은 무
자르듯 재단되어 인식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번갈아 조금씩 보여주고 있는 것
뿐이라는 어설픈 생각도 해 봅니다.
따라서 지난해의 묵은 먼지를 활활 털어버리고 오늘 을유 년 새해 아침을 맞아 가슴을 크게
열고 희망의 햇살을 가득 품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새해에는 친구들 가정에 웃음만 가득하기를...
을유년 새아침/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