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의 대륙횡단 비행편대는 더러 히말라야 눈 덮힌 산을 날다가 꽁꽁얼어 떨어져 죽고
발붙일 곳 없이 바다를 횡단하다 기력이 다 하면 바다에 떨어져 죽는다. 갈길이 바쁜 새들의
무리는 추락하는 자들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다” (김 훈 에세이 "자전거 타기" )
밀물이 밀려 들어오는 갯벌에서 새들이 연신 뻘 속에 주둥이를 박고 먹이를 찾는 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제 몸을 태워 먼 길을 떠나려면 먹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밥 먹기의 어려움은 철새나 사람이나 비슷한 것 같다
흐린날 용산역앞 지하도는 적막하리만큼 을씨년스럽다
터널 입구 한쪽 구석에서 한 무리의 청년들이 노숙자들을 데리고 예배를 보고 있다
일요일엔 노숙자들과 예배드리는 순서가 있다
오랫만에 보는 낯익은 동료 얼굴들이 웃으며 인사를 전해오고...
정오가 되자 배낭을 멘 꾀죄죄한 사내들이 하나들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백 여 명이
넘어서고 급식을 실은 차가 도착 하자 한 줄로 길게 줄을 선다.
나는 오늘 국을 퍼주기로 했다
무와 감자를 숭숭 썰어 넣은 육개장 국인데 잘게 찢은 고기 덩어리가 제법 많이 들어있다.
연신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며 식반을 내미는 그들에게 고기 한 덩이라도 더 주고싶어 자꾸
국자를 바닥 밑에서 휘휘저어 긁어 올리는 나를 보고 “선생님 그렇게 퍼주면 나중사람들은
국물만 먹게 되는데요”
외모는 날나리 같은데 이 근처에서 장사를 하며 짬 날 때 마다 나와 돕고 있다는 아저씨다.
줄이 반쯤 줄어들자 오른쪽 손목이 조금씩 아파온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얼마 전에 “유연옥”씨가 늦둥이를 낳았는데 오늘은 저들에게 아이를 처음 선보이는 날이다
노숙자들이 둘러싸며 차마 더러운 손으로 만지지는 못하고 아기가 예쁘다고 한마디씩 한다
그중에 한사람이 나서며 주머니에서 꼬제제 하게 접어둔 오 천원 짜리 한 장을 내민다
아기 우유 값 하란다.
트럭 옆에는 성금함이 있는데 밥을 얻어 먹고 난 사람들 중에 간간히 성금을 내고가는 사람
들이 있다고 한다. 그나마 천 원짜리는 몇 장 안 되고 대부분 동전이지만.......
어쩌다가 껌도 있고 담배 한 가치를 두고 간 사람도 있단다.
대충 찢은 노트 쪼가리에 서툰 글씨로 “고맙다. 돈이 없어 미안하다”라고 쓴 편지도 있고
밥 먹고 가라고 붙드는 동료들 사이를 서둘러 빠져 나와 우리산악회 마지막 산행 점심모임이
있는 매봉 산장으로 향한다.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오늘은 자꾸 식반을
내밀던 그들 손이 생각난다.
글/김용민
저도 즐거운 토요일을 보냈는데요. 찬양에 맞춰 연습하지 않고 추는 춤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용민씨처럼 그들을 위해 점심을 차려주는 분들의 점심도 함께하고.. 해서 행복합니다.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