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도 안 변했네?"
"허 자네두..."
오랫만에 만나면 으례하는 너스레입니다만 30여년 세월이 흘렀는데 안 변할리야 있겠습니까
외래 진료실에서 나오는 친구의 얼굴
온화한 모습이지만 슬프게도 머리가 하얀 초로의 신사였습니다
신기한 것은 까까머리 때 본 이후로 서너번 강산이 변할 만큼 세월이 흘렀는데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점심을 먹고 오늘은 임순택이를 만나러 가기로 했습니다
"전주 코아 백화점 뒤에 있는데 택시 기사들은 다 알어...."
"제길, 무슨 약도를 그렇게 가르쳐 준담"
전주 노송동, 여기서 승용차로 30,40분은 족히 달려가야 합니다
지리를 잘 아는 직원에게 데려다 달라고 부탁 했습니다
병상이 230개, 종업원이 180명
병원이 엄청스레 크길래 첨엔 취직을 했는줄 알았습니다
9층에 있는 원장실로 올라가 찻잔을 놓고 마주 앉으며 실은 서먹할까봐 좀 걱정을 했습니다
오랫만에 생각이 비슷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50살 되던 해에 그림이 그리고 싶어 미술대학엘 가려했다는 얘기
쳇바퀴 같은 생활이 힘들어 제주도에 1년쯤 가 있었다는 얘기
지금도 뭔가 자꾸 해보고 싶다는 얘기
병원이 좀 안정되면 중국쯤에다가 작은 병원을 세워 거기서 살고 싶다는.....
객지에 혼자있으니 친구들이 보고싶다는...
한 1시간쯤 수다를 떨었을까요
나도, 친구도 시간이 없어 아쉽게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병원 주차장에서 손을 잡고, 언제 저녁에 만나 밥 먹으며 또 이야기를 하자고.....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그 언제라는 것은 또 언제가 될지 모릅니다
돌아오는 길,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노란 이파리 한 장 떨어져 앞 유리창에 달라붙습니다
햇살이 만드는 눈부신 노란 스펙트럼, 그 뒤에 희미한 잎새 줄무늬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다가 낯선 위도 상에서 난 또 길을 잃습니다
생각이 몰고오는 희미한 추억의 나라,
그 시절을 생각할 때마다 난 왜 허옇게 물빠진 검정 교복과
뒷동산에 다 쓰러져 폐허처럼 되었던 붉은 벽돌 건물이 떠 오르는지....
임순택씨는 30주년땐가 꼭 온다고하고 안온것 같은데... (내 기억이 맞는다면..)
얼굴도 좀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