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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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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추나무에 올라가 대추를 땄습니다.
대추라고 해 봐야 사다리를 대문에 걸쳐놓고 올라가야 할 만큼 나무는 크지만 정작 대추는
한 됫박 남짓밖에 안되고 그것도 어린애 뭣만큼 자잘하고 볼품없는 놈들입니다
요즘은 시장에 과일도 값 싸고 풍성해서 탐스럽고 싱싱한 대추들이 넘쳐 납니다만
부모님 젯 상에 집안에서 자란 햇과일이라도 올려놓고 싶어서입니다.
(추석 다음날은 어머니 제사입니다)

전에는 커다란 물통으로 두어 통씩 대추를 따서 동네 분들에게 나누어 주고는 했습니다만
언제부터인지 여름이 다 되도록 싹을 틔우지 못하다가 정작 초겨울 까지도 이파리가
파릇 파릇하고 열매는 잘 맺지 못하는 병에 걸렸습니다
속칭 대추나무가 미쳤다고 하는 전염병 같습니다.
정마담은 주인남자 닮아서 그렇다며 베어버리자고 하지만 한집안에서 20년 가까이 자란
나무를 베어 버린다는 것이 내키지가 않아 내 버려두고 있습니다

어릴 적 시골집에 커다란 밤나무가 있었는데 추석이면 누이 친구들이 그 나무에서 그네를
탔고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알밤이 후드득 마당에 떨어지고는 했습니다
추수를 하고나면 집채만 한(어릴 때는 정말 집채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밤송이 무더기를
보며 가슴 뿌듯해 하고는 했었는데 어느 날 집안어른들이 울안에 밤나무가 있으면 자손이
귀하다고 밑 둥지만 남기고 싹둑 잘라버렸습니다
얼마나 아쉽고 서글펐는지요.
그 후로 내 밑에는 막내 여동생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만......
그 기억 때문인지요. 나는 나무를 베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거기 그 위에 거, 마저 따지 왜 남겨요?”
알뜰이라면 한 알뜰 하는 정 마담이 아래서 소리칩니다.
“좀 여유롭게 남겨 두어야지, 너무 싹뚝 따 버리면 볼썽사납잖아......”
“까치들도 좀 먹어야 하구.......”

까치가 대추를 먹는지 안 먹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남겨둔 것은 여유 때문도 아니고 까치
때문도 아닙니다.
사실 그 것을 따려면 허리를 펴고 팔을 뻗어야 하는데, 요즘 들어서 높은 데만 올라가면
어지럽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겁이 납니다
아마 나도 나이를 먹나 봅니다.

 

글/김용민

 

 


 

  • ?
    김영호 2004.09.28 08:37
    고생이 많구먼! 얼마 전에 민주 집에 들릴 일이 있어 갔더니 민주가 집 앞 대추 나무에 올라가 대추를 열심히 따고 있었다. 쌔들이 와서 잘 익은 놈만 따먹어서 열 받는다나??? 민주네 대추나무는 매년 풍성하게 열리고 민주wife 되시는 분이 매년 많이 많이 챙겨주어 우리 집 사람이 잘 먹고 있습니다. 용민이는 나누어 줄것도 없겠다만 콩도 나누어 먹듯이 대몽이하구 나누어 먹어라.....
  • ?
    이은식 2004.09.29 08:53
    대추 따려다 떨어지면 클나요!! 다음부턴 눈으로만 즐기고, 한됫박 사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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