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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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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더운 날에는 점심 먹으러 밖으로 나가는 것도 고역입니다

약속을 미루고 오늘은 사무실 근처에서 오랫만에 자장면을 먹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자장면이란 詩에서도 말했습니다만 혼자 식당에 가서 먹기에 자장면 만한 음식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전데요, 아직 안나가고 있어요?"
이 시간에 웬일일까? 정마담 전화입니다
" 지금 학원 끝났는데 당신 시간 있어요?" (정마담은 요즘 중국어를 배웁니다)
순간 머리를 퍼득 지나가는 것이 있습니다
"응, 그렇잖아도 지금 막 전화 하려던 참인데, 당신하고 서소문 그 집에서 콩국수나 먹을까 하고"
나 보다 몇 배 영악한 사람이 너스레 떠는 걸 왜 모르겠습니까만....

며칠 전 일입니다
딸애가 하는 말이 엄마 콩국수 한번 사 드리라구.....
엄마가 같이 먹자구 하는데 저는 안 먹는 음식이라 못 갔대나 어쨌대나
아무튼 서소문 모 은행에서 만났습니다
(정마담과 시내에서 만날 때 커피숍은 절대 안됩니다)

오늘은 청바지에 차양이 큰 흰 모자 그리고 소매 없는 푸른색 꽃무늬 티셔츠를 입고 나왔습니다
얼마전 직장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어림도 없는 파격적인 차림입니다
"어? 당신 그렇게 입으니까 무척 섹시해 보여?"
피식 웃느 폼이 싫지는 않은 모양 입니다

콩국수 집은 오후 1시가 넘었는데도 번호표를 타고 밖에서 기다려야 할 만큼 복작 댑니다
후르륵 거리며 콩국물을 마시는 얼굴을 보면서 문득 참 안스럼고 미안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쁘게 살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외식하는 자리는 많았으나 정작 아이들 빼고 단 둘이
이처럼 느긋하게 보낸 시간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 여보, 커피 한 잔 할까? 저 아래 맛있는 집 있는데.."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 시애틀? "
" ???....."
참, 여기는 정마담 이십 여년 터밭인 것을 깜빡 했습니다
그냥 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오늘은 웬 일로 앞장 서서 갑니다

거리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이층 창가, 카운터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오늘따라 프라타너스 가로수가 푸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애들 얘기 그리고 요즘 배우는 중국어 얘기를 합니다
내년에는 막내놈 학교 들여보내고 여행 좀 다니자고 했지만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테이블 위에 있는 손을 잡아 봅니다
약간 꼼지락 대다가 내 얼굴을 보더니 가볍게 웃습니다

"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우리 아침에 영화나 한 편 볼까?"
(정마담은 특히 조조할인 영화를 좋아합니다)

 

* 참, 이 글은 영화를 보고와서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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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호 2004.08.14 14:38
    사람 사는 냄새가 좀 나네... 콩욱이 환영회인가 하는데 참석한 사진을 봤더니, 3학년 때는 좀 세련되 보이드니, 이제는 마음 좋은 아저씨 폼이더만... 그래도 넉넉해서 좋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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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식 2004.08.14 16:46
    제목이 참 좋으네. *^^*
    오랜 일터에서 헤어나신 정마담님! 앞으로 여유자적한 시간 많이 즐기시길...
    감성 풍부한 바람시인과 시간구애없이 바람도 많이 쏘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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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찬영 2004.08.14 19:54
    용민아! 좋은 시간을 가졌구나.
    나도 엋그제 밤에 너무 덥드라 , 해서 마누라가 밥 해줄 생각을 하니 참 하기 싫겠다 하는 생각에 ,
    여보 오늘 외식할가?
    메밀꽃 필무렵 이란 시인 이 뭐시끼의 며느리가 하는 메밀국수 잘 하는집 아는데.
    해서 다녀 왔다.
    나는 여기서 끝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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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영 2004.08.14 23:16
    용민씨 부부의 행복한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여름의 막바지 건강하게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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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민 2004.08.15 21:24
    초라하고 쑥스러운 모습, 담을까 말까 꽤 망설였습니다만 행복해 보인다고 말 해주니 위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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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순 2004.08.16 14:38
    얼마나 아름다우냐?잘 했다 용민아.자주는 못하더라도 가끔식은 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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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현숙 2004.08.16 22:25
    용민씨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 많이 만드셔서 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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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해 2004.08.17 20:22
    용민씨가 오랜만에 자랑?같은 글을 썻네요. 아직도 연애기분으로 사는것 같아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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