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내린 비 때문인지 숲에는 냇물 소리가 요란합니다
사람들은 고요한 숲 속이라고 말들 하지만 이른 아침 깊은 숲 속에 가만히 앉아 들어보면 온갖
생명의 소리가 가득합니다
이슬방울 떨어지는 소리. 다람쥐 발자국 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나뭇잎 사운 대는 소리
숲에는 나무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들꽃, 새, 그리고 곤충 등 헤아릴 수 없는 생명들이 어울려 서로 도우며 사는 곳입니다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 인간사와 같아 곤충은 나무에서 먹이를 얻고 새는 나무에서 곤충
을 얻는 대신 나무의 종자를 퍼뜨려주고....
따라서 숲에 있는 작은 미물 하나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무심히 보아 넘겼던 숲이 크고 작은 생명들이 함께 숨을 쉬면서 성장한다는 곳이라는 것
을 알고 나면 산행 길에 나무를 함부로 꺾거나 숲속에서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는 일
길 아닌 곳을 밟고 다니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나무가 물 빨아 올리는 소리 들어 보셨는지요
참나무 커다란 기둥에 귀를 대고 가만히 들어보면 물 올라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커다란 참나무나 자작나무는 보통 하루에 40-50 리터의 물을 빨아 올린다고합니다
한번 눈 여겨 보십시오
우리 눈에 나무는 언제나 있던 그 자리에 있고 늘 그 모양으로 서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내일의
산은 오늘의 산이 아닐 만큼 나무들은 치열한 생존의 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여 다른 나무보다 빨리 자라 많은 종족을 퍼뜨리기 위한 싸움이지요
잡초만 무성한 민둥산에 어느 날 망초 쑥 억새들이 생겨나 군락을 이룹니다
그 틈새에 어디선가 날아온 진달래, 싸리나무, 찔레나무 같은 키 작은 나무들이 번성하게 되고
우리가 흔히 보는 소나무는 그 다음에 등장 하지요
소나무는 키가 크고 햇볕을 좋아하며 뿌리에서 균을 만들기 때문에 밑에 있는 키 작은 나무들은
자라지 못해 얼마 안가서 죽게 됩니다
무덤 근처에 소나무가 있으면 잔디가 죽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천적은 또 다른 천적을 낳는 법
소나무 아래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나무가 있습니다
참나무 같은 활엽수는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고 빛이 없어도 잘 자라기 때문에 서서히 소나무를
밀어 내고 그늘을 만듭니다.
볕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소나무는 결국 죽게 되고 참나무가 다시 숲에 주인이 되고
그 뒤를 다시 오리나무, 박달나무, 서어나무 같은 것들이.
이것이 숲이 다양한 나무로 가득한 이유입니다
숲에 있는 나무가 하나같이 똑 같다면 산은 얼마나 볼품없고 지루 할까요
“다름” 과 “차이” 에 대하여 생각 해 봅니다.
서로 다른 상대, 그것은 꼭 경외와 질시의 대상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쟁의 상대라는 것을 숲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
울창한 숲 속에서
나무들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푸른 심장 박동소리
밤이면 이슬들 내려와 물방울을 만들고
낮이면 햇빛마저 초록이 되는
휘어지고 굽어진 마디마디
무언가 지우고 감춘 모퉁이에
살아 온 날들이 숨어있다
우리 삶도 감추고 싶은 日記가 있듯이
떡갈나무의 아픔 같은 거
시/글/김용민
아마도 지난세월이 부끄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