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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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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 광장에 가면 매일처럼 길거리 노숙자들에게 점심을 나누어 주는 여인이
있습니다
이름은 "유연옥" 거기서는 일명 "용산 밥퍼 아줌마"로 통하지요
나이는 사십이 조금 못 되었는데 전혀 노숙자들과 상관없을 만큼 여리고 곱습니다.
티브에도 몇 번 방영되었으니 아시는 분도 있을테지요

한 달에 한 번 글쓰는 지인들이 모여 그 아줌마를 돕고 있습니다
한 달 30일 중 하루 거든다고 해서 얼마나 도움이 될까마는
교인들, 각 지역 부녀회원, 혹은 환경단체 등에서 날짜를 정해 꾸려나가나 봅니다
회비를 걷어 쌀도 사고 김치를 공급하는 사람도 있고
멀리 경북 에서 매주 올라오는 漢의사 친구는오늘도 아침 차로 올라와
노숙자들을 진료 해주고 밤차를 타고 내려 갑니다

200 여명의 노숙자들 밥 시중을 든다는 것이 생각보다 일이 많습니다
일요일 날 열한 시 반쯤 나가서 밥푸는 것도 돕고 줄 세우기 국 따라주기등 배식이
끝나면 설겆이등 허드렛 일을 돕습니다
점심은 일한 사람 모두 함께 둘러 앉아 남은 음식으로 해결하고

몸이 약해 늘상 약봉지를 달고 다니는 우리동네 산다는 여자분은
오늘은 아예 장화를 신고 통속에 들어가 설거지를 하고
청담동에서 약국을 한다는 분은 남편과 함께 왔습니다.
환경운동을 하는 독신주의 ㅊ아가씨도 멀리 정선에서 오셨고....

나야 뭐 선배랍시고 적당히 어물쩡거리다가 일 끝나면 커피나 사주고 돌아오고
뻑하면 빼 먹기 일수인 아웃 사이더이지만
오늘은 작심하고 앉아 내일 찬거리인 감자를 한 박스나 깠습니다.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다보니 거친 사람들, 더 달라고 욕지거리 퍼붓는 사람들
밥을 먹지않을테니 소주 사먹게 돈으로 천원을 달라고 어기지를 부리는 사람들
벼라별사람들이 다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할 수 있는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일하지않고 빈둥거리는 노숙자들을
돕는다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어떤 중년 남자가 빈 식반을 돌려주면서 굳이 괜찮다는데 1000원을 놓고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돈이 그 것 밖에 없다면서....
차츰 저들에게도 내가 모르는 저들만의 이유가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힘들지요...."
"어떤 날에는 다시는 하고싶지 않다가도 밤이되면 내가 안 하면 내일 낮에 줄을
서있을 200명의 사람들은 어떻게하나 생각이 들어요"
"아침이면 나도 모르게 다시 준비를 하게 되고..."

이 아줌마 남편은 전도사이고 중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런 저런 단체에서 돕는다고는 하지만 날이 갈 수록 비용이 모자라 있던 집을 팔고
다시 전세집으로 옮겼다가 이제는 배식하는 천막 옆에 컨테이너에서
세식구가 기거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삶의 방법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들이 있지만
나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장미나 백합 보다는 양지꽃이나 제비꽃
벌노랑이같은 들꽃을 좋아합니다.
아무도 찾지않는 후미지진 곳에서 좌절하지 않고 눈물겹도록 애절하게 향기를
피워냈을 들꽃의 그 강인한 삶의 향기가 비록 하나하나의 모습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그 작은 것들이 있어 숲은 아름다운 건지도 모릅니다

요즘 우리는 아름답다는 말들을 너무 쉽게 쓰는것 같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외모와 부질없는 경쟁에 휘말려 갖가지 편견으로 아름다움을 오도
할 때 시간이 지워놓은 밑자리, 모두가 외면하는 곳에서 가슴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부지런히 땀 흘리는 밥퍼아줌마의 수고로움이 배어있는 땀 내음이
진정 아름다운 향기가 아닐런지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결국 노랫말처럼
숲이되고 메아리로 남아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을 푸르고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가고픈 내면의 아름다운 사랑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글/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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