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조회 수 381 추천 수 0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오랫만에 연극을 보았습니다
우리 동기회의 인간 문화재 권모 인사의 말대로 요즘 뜻하지 않게 여행이다 연주회
음악회 연극등 문화적인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극단 목화의 창단 20주년 기념공연 "자전거"
동숭동 아룽구지 극장은 입구부터가 특이 하였습니다

"아니 올시다"
"아니 올시다"
"정말로 아니 올시다"

"사람이 아니 올시다"

문둥병환자 한하운 詩人의 시 "보릿고개(분명치 않음)" 싯귀가 입구에서 눈길을 끌었고
흰 무명옷을 입은 문둥병 환자 두 남녀 입상이 섬뜩하게 했습니다
극장안은 온통 검정색 일색 이었습니다
검정색은 죽음의 상징이기도 하고 공간과 시간을 나타내기도 하는 색깔이기에....
 
‘자전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는 6.25 전쟁이나,
당숙이 등기소에 불을 지르게 된 사건이나,
자식이 문둥병자 엄마의 집에 불을 질러 죽게하는 모든 행위가
결코 본인의 야비한 계획에 의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시대가 만들어낸 역사의
어리석음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 같았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망자의 영혼이 여전히 돌아다니고
불행의 씨앗은 여기저기 세월 뒷켠에 숨어 비록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이념 전쟁이지만
그 전쟁으로 인해 드러난 상처는 수 십 년이 지났건만 쉽게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것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자네 할아버지는 자장구 타구 물속에서 돌아 가시구,,,
아버지는 불 속에서 돌아 가시구..
그럼 자네도 비명에 가야 되네

이 연극은 조목조목 사건의 정체를 벗겨가는 재미도 있었지만 연출력에서 보이는
색다른 감흥이 있습니다.
무덤의 움직임, 바람소리등 효과를 연기자가 직접무대 위에서 몸으로 보여주는 것도
재미 있었고 소나 게등 동물들의 움직임이나 귀신들의 혼란스런 무대 질주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의 구분을 혼동하지 않을 만큼 착실하게 관객에게 설명
해 주며 시간적 공간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모습이 탁월했습니다
비디오 화면을 거꾸로 돌리듯 무대를 정지시키고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모습들이 흥
미로웠습니다

"차근차근 내가 첨부터 집허 볼테니"
"빠진데가 있거나 달리 생각나는 데가 있으면 중단 시키게"
"몇사람 동원해 놓구 가자구 그래야 집중이 돼"

배우들이 표출하는 개성있는 연기는 노련미가 있어 관객의 이해를 도기에 충분했고
어떤 장면들은 일종의 마당극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만 거창 사투리 부분에서 가끔씩 어색 했었을 뿐

또 하나 배우나 효과를 담당하는 이들이 시종일관  객석에 눈길을 고정시키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좀 당황스럽고 무안했는데 오히려 차츰 시간이 흐를수록 연기자의 마음을 읽
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연극 이야기좀 하겠습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연극에서 관객은 연극을 구성하는 4대 요소중 하나라고 배웠듯이
연극 관객은 영화를 보는 관객과는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영사기는 관객없이도 돌아가지만 연극 관객은 배우와 생생한 숨소리와 표정을 공유하고
무대 위에 자신들의 느낀 인상을 즉시 되돌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의 주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 빠르고 박진감있는 영화, 대형 스크린, 현장감있는 사운드, 그리고 안락한
관람 환경에 익숙해진 일반 대중이 영화보다 비싼 관람료를 지불 하면서 느린 대사
그리고 조악한 관람 환경 속에서 언제까지 인내하며 감상하라고 할 건지요

또, 수많은 문예지에 수록된 문학 작품들 속에 시나리오나 대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러한 풍토에서 과연 작품성있는 훌륭한 대본이 나올 수 있으며 그런 대본이 없이
어떻게 좋은 연극이 만들어져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인지요

연극은 종합예술이지요
배우 대본 무대장치 조명 사운드등이 조화를 이루어 연출가의 지휘에 의해 탄생되었
을때 비로서 관객에게 전달 될수 있는

더 많은 프로들이 모여서 기획하고 연기하고 광고하고 해서 경제성있는 공연을 해야하지 않울가요
공연뒤에 어느 연기자 분 하고 이야기 했지만 언제 까지 따라오지 않는 관객의 문화적
후진성을 탓하면서 후원자들의 힘을 빌려야 할 건지요

하지만 오랫만에 보는 영화보다 재미있고 인상깊은 공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뒷 풀이 할때 어느 배우와 못먹는 소주잔을 주고 받았습니다

"형님 제 잔 한잔 받으시죠"
"고맙습니다. 9월 공연 때 꼭 오지요"

 

글/김용민

 

 


 

  • ?
    황완영 2004.06.26 09:43
    용민형님께서 많은 공감을 하셨나봅니다...어제는 못 자신다는 약주도 꽤나 드셨나 봅니다 그려.. 허허허허허. 어제는 참 즐거 웠습니다.
  • ?
    이영목 2004.06.26 10:08
    용민아 ! 니글 읽을려면 한나절 걸리겠디야. 부럽다.
  • ?
    유달준 2004.06.26 13:15
    이제야 확연히 내용 정리가 되었습니다 고맙소 용민성!
  • ?
    김순진 2004.06.26 13:43
    용민씨 고마워요.......모두 초대해준 무철씨 고맙구요.....
  • ?
    홍현숙 2004.06.26 16:57
    글을 읽고보니 이해가 될것 같네요...고맙습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