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비가 주척거린다
이런 날엔 밖에서 누굴 만나기도 그렇고 그냥 사무실에서 개기기로 한다
전화벨이 울린다
“난데.... 어디 안 나갈 거니?”
오랜만에 듣는 친구 목소리다
작년엔가 하던 일이 잘 안되어 회사도 접고 일산 집도 채권자들 손에 넘어가
다섯식구가 조그만 오피스텔에서 기거 한다 고 했었던
“응, 와, 점심이나 함께 먹게”
친구가 들어왔다 바짓가랭이가 반 쯤은 다 젖어 가지고
“지나가다가 들렀어”
새끼, 이 빗길에 지나가기는..... 물론 내가 속으로 혼자 한 말이다
“밥 먹으러 나갈까?”
“아니 좀 있다가 얘기 좀 하구......”
작년에 오피스텔로 가면서 세간 살이를 이삿짐 쎈터 컨테이너에 맏겼는데
그동안 돈을 안내서 오늘이 집달리들 공매처 분 하는 날이란다
그러고 보니 그 좋던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그 만한 돈이 지금 당장 어딨어? 나두 옛날 같지 않구.....”
“ 그리구 그런 걸 왜 이제야 말을해? ”
“ 작년에 너 한테 신세도 지고해서 이야기 안 하고 갈까 하다가.....”
점심 먹고 가래고 굳이 뿌리치고 간다
다른 데 들러 알아 봐야 한다고
주머니에 있는대로 몇푼 찔러 넣어주고는 들어와 앉았다
밥 생각이 없다
배고픈 친구 곁에서 함께 굶어주는 것도 의리일까
빗방울은 자꾸 굵어지고.....
항상 자네 글 읽고 공감하면서 생각 많이 한다네. 좋은 생각 물론 시귀를 자주 올려 주시게나
지금 우리 들에게는 좌절과 허무가 항상 옆에 붙어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