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조회 수 276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여수>>

해가 뜨기 한참 전 아직 새벽이 찿아오지 않은 시간입니다
수많은 불빛으로 장식된 화려한 야경의 여수 화학단지 관광을 마치고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가 항구로 향하는 중이었습니다
차창 밖에는 산이 하늘과 분명한 구분을 짓기 시작하면서 하늘이 아주 신비한 빛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불어오는 새벽 바람 한줄기, 점점 하늘은 밝아오고..
살아가다가 신비하거나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있으면 문득 외로워 질 때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창밖을 바라보는 나를 보면서 어느 친구가 "또 시를 쓰려하는군" 했습니다
그러나 신비함으로 온몸이 설레이는 이 떨림을 어찌 미미한 어휘력으로 감히 표현 할 수
있을지요
몇 개의 글들이 머릿속에서 시가 되려다 말고 흩어집니다


<< 바다 >>

깨끗한 아침 햇살을 받아 거울처럼 투명하게 반짝이기 시작하는 바다
갑판 난간에 기대어 바다를 바라 봅니다
짙은 수박색 바다를 망설임 없이 가르며 배는 거침없이 나아가고...
하얀 포말이 용솟음 치다가 이내 잠잠해 집니다
일하고 밥먹고, 잠자고, 울고 웃고, 혹은 오늘처럼 여행을 하고
어쩌면 산다는 것은 부서지는 저 물거품처럼 덧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 아니지요
오늘처럼 좋은 날 이처럼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슬픈 생각을 하다니요.....

하늘은 구름 한 점없이 파랗고 드문드문 바다 한 가운데 주저앉은 작은 섬들
집요하게 치근대는 파도에 허옇게 잘린 속살을 갯바람에 내어 맡기고 우리를 보고 웃는
모습이 배추머리 인형 같습니다.

하늘도 섬도 온통 반짝이는 에메랄드빛,푸른 색 안경을 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색깔이라고는 오로지 멀리 납작 업드려있는 섬 마을 빨간 함석 지붕 뿐입니다
멀리 방파제 쪽으로 하얀 등대는 어둡지도 않았건만 햇빛에 눈부시게 반짝며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등대가 내게 신호를 보내 옵니다

"조금 외로운 것 보다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않는 자유로운 것이 더 나아"


<< 섬>>

차 한대 겨우 빠져 나갈 것 같은 좁고 꾸불꾸불한 비포장 길,

버스는 육중한 몸으로 언덕길을 오르려 안간힘을 씁니다

갈매기 한마리 바람에 몸을 맏기고 바다에 떨어졌다가 다시 날아 오르더니 날개짓 한번
하지않고 천천히 버스를 따라 옵니다
갈매기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바라 본 갈매기의 눈빛은 먼바다의 푸른빛처럼 맑았습니다
세상 사람 눈빛 모두가 갈매기 눈빛 이었으면 합니다

산길 여기저기 망초꽃이 하얗게 피어 바람에 흔들리며 반갑다고 손짓을 합니다
풀이 흔들리고 풀의 흔들림 사이로 어릴 때 밭두렁에서 맡았던 그 냄새처럼 잔잔히
살아나는 초록빛 풀 내음.
풀잎을 만지면 손가락 끝에 파랗게 풀물이 들것 같습니다
그 사이로 루비 원석 같은 산 딸기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산 딸기를 한주먹 따서 건네 줍니다
한 입 깨문 딸기에서 고향의 냄새가 납니다
빨갛게 여문 뱀딸기도 있었습니다
뱀딸기라니요....노란 양지꽃 꽃잎을 떨구고 수줍게 부풀어오른 빨간 열매에 누가 그런
심술궂은 이름을 붙였을까요

정상 저기 봉수대
훈훈한 바람들이 저 아래 바다로부터 불어 옵니다
아! 바람
저 바람처럼 세상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까요
생각하면 한없이 풋풋했던 지나간 시간들, 따뜻한 숨결들
살다보면 가끔은 그리워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움은 고향처럼 지나간 시절에서 오기도 합니다만
그냥 내 주위에 가슴 따뜻한 이들이
가슴 언저리에 피워놓은 작은 불씨 때문이기도 합니다
모두 사랑합니다


글/김용민

 

 

 

 

 

  • ?
    이윤우 2004.06.14 21:51
    용민씨의 글을 읽으며 사진속에서는 읽을 수 없었던 순간 순간들이 눈앞에 그려지며
    친구들이 느꼈을 감흥이 전해져 옵니다. 감사합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