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온갖 시련을 두루겪은 철학자 하나가 어느 탁발승을 찾아가 물었다.
"현자시여, 인간이라는 이 괴이한 동물이 도대체 왜 생겨났을까요? 그 연유를
가르쳐주소서."
그러자 탁발승이 비웃듯이 되물었다.
"자네가 왜 참견인가? 그것이 자네 일인가?"
"하지만, 존귀하신 인도자여, 이 땅은 끔찍한 악으로 덮여 있나이다!"
탁발승이 다시 힐난조로 물었다.
"이 땅이 악으로 가득하건 선으로 가득하건,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우리의 황제
께서 큰 선박 하나를 이집트로 보내실 때, 선박 밑창 틈바구니에 숨어사는
새앙쥐들이 항해중에 편안할까 혹은 불편할까를 염려하시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철학자가 다시 묻자, 탁발승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였다.
"주둥이 닥치고 얌전히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