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13.12.11 21:40

강화 가던 날

조회 수 155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따스한 햇살이 차창을 뚫고 들어와 빈 커피잔에 달라 붙는 커피 찌거기처럼

어깨에 달라 붙는다

마이크를 잡고 한바탕 이야기를 늘어놓고 나니 피로가 몰려 온다

어제밤 글을 쓰느라 밤을 새운 탓이리라

 

버스는 여전히 바다 길 따라 뱀처럼 휘어진 길을 달린다

비 온 뒤 구멍 숭숭 뚫린 갯벌 위에 갯지렁이가 기어가며 남긴 발자취를 본다

삶에는 길이 없는 것을

그런데도 모두가 삶의 길을 찾아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린다

 

더는 견딜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 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다 나는 바다가 그리워

혼자 버스를 타고 강화섬에 왔다

언제나 섬에는 멀리 수평선 근처 일렁이는 파도에 뒤채며 날카로운 빛을 퉁기는 햇살뿐

섬은 나에게 단 한 번도 위로의 말을 건네준 적은 없지만 그 저 바닷가에 서서

막막한 갯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얻고는 했다

뻘 한가운데서 나처럼 기우뚱 기울어져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어선을 보며

저 배는 지금 표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물살이 밀려 올 때를 기다리려 다시

길 떠날 차비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붉은 태양이 멀리 수평선 근처 까만 밤섬 위를 건드리며 넘어가고 있다

길게 드리운 내 그림자를 바라보며 참 오랜 시간이 내 앞을 지나 갔다는 생각을 한다

마침내 서쪽으로 사라지는 태양, 섬은 차츰 어둡고 삭막해져 가지만 비로소

나의 가슴은 붉은 태양 빛이 남기고 여운으로 불을 느낀다

붉은 기운이 피가 되어 차츰 내 혈관을 쿵쿵 거리며 뛰어 다닌다

 

우리의 생은 언제나 지나간 시간과 앞으로 다가 올 시간 사이에 있다

삶이란 날개를 퍼덕이며 태양이 사라져버린 검붉은 하늘 위를 날아 오르는

저 갈메기가 그리는 궤적 같은 것 아닐까

 
 
 
 

  • ?
    김주선 2013.12.12 14:56
    역시 멋쟁이야..사진.글 모두 좋아요
  • ?
    이은식 2013.12.12 18:01
    그러게요~
    같은 피사체가 이렇게 예술적으로 변하다니~^^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