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스한 햇살이 차창을 뚫고 들어와 빈 커피잔에 달라 붙는 커피 찌거기처럼
어깨에 달라 붙는다
마이크를 잡고 한바탕 이야기를 늘어놓고 나니 피로가 몰려 온다
어제밤 글을 쓰느라 밤을 새운 탓이리라
버스는 여전히 바다 길 따라 뱀처럼 휘어진 길을 달린다
비 온 뒤 구멍 숭숭 뚫린 갯벌 위에 갯지렁이가 기어가며 남긴 발자취를 본다
삶에는 길이 없는 것을
그런데도 모두가 삶의 길을 찾아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린다
더는 견딜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 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다 나는 바다가 그리워
혼자 버스를 타고 강화섬에 왔다
언제나 섬에는 멀리 수평선 근처 일렁이는 파도에 뒤채며 날카로운 빛을 퉁기는 햇살뿐
섬은 나에게 단 한 번도 위로의 말을 건네준 적은 없지만 그 저 바닷가에 서서
막막한 갯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얻고는 했다
뻘 한가운데서 나처럼 기우뚱 기울어져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어선을 보며
저 배는 지금 표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물살이 밀려 올 때를 기다리려 다시
길 떠날 차비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붉은 태양이 멀리 수평선 근처 까만 밤섬 위를 건드리며 넘어가고 있다
길게 드리운 내 그림자를 바라보며 참 오랜 시간이 내 앞을 지나 갔다는 생각을 한다
마침내 서쪽으로 사라지는 태양, 섬은 차츰 어둡고 삭막해져 가지만 비로소
나의 가슴은 붉은 태양 빛이 남기고 여운으로 불을 느낀다
붉은 기운이 피가 되어 차츰 내 혈관을 쿵쿵 거리며 뛰어 다닌다
우리의 생은 언제나 지나간 시간과 앞으로 다가 올 시간 사이에 있다
삶이란 날개를 퍼덕이며 태양이 사라져버린 검붉은 하늘 위를 날아 오르는
저 갈메기가 그리는 궤적 같은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