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서 무엇이 되어
김 용 민
납빛 겨울하늘이 갑자기 환해진다
흐느끼다 터지는 울음처럼 느닷없이 쏟아지는
눈송이 때문이다
수 만개의 퍼덕임 가운데 하나가
천천히 머리 위를 선회하더니 뺨 위에
풀썩 내려앉는다.
단 한 번의 시선도 받은 적 없는 하얀 순수,
하얀 것들 가운데 하얀 것은
희지 않은 것 가운데서 흰 것보다 눈에 띄게 하얗다
아마 먼데서 왔으리라.
창백해진 몸이 얼음장처럼 찬 것은
생존경쟁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었음을 우기고 싶었을까
파르르 떨다가 기절한다
살점 어딘가에서 핏줄이 터졌는지
등짝 한쪽이 흥건하고
젖은 몸에서는 설핏 하늘 냄새가 난다
새벽 여명 속에 고개 내민 별처럼
하늘 보며 잠시 그렁이는 것은 한 가닥 남은
미련일까
아니다, 사랑은 있는 힘 다해 끌어안았다가
흔적 없이 마음으로만 남겨놓는 것
그리고 다시 높은 하늘
그대 있는 곳으로 올려 보내는 것
눈이 온다
이제는 오지 않을 날들 위로
이제는 갈 수 없는 길들 위로
이루지 못한 사랑처럼 가슴 애리게 눈이 온다
저 높은 곳에서 그대가 오듯
눈이 온다
사진제목 < 사랑 > - Digital 세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