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 고도를 기다리며 " 를 보고

by 김용민 posted Dec 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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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


 

극단 산울림의 연극 “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았다


잎 떨어진 앙상한 나무 한 그루만 서있을 뿐 아무것도 없는 무대 그리고


어떻게 정해진 약속인 알 수 없지만 ‘고도’라는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두 주인공의 지루한 기다림, 그 과정에서 스쳐가는 인물들과의 반복되 대화,


싸우고 화해하고 날이 저물어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또 어쩔 수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반복 되고..


다시 연기되는 약속, 그래도 반복되는 기다림...


 


일상에서 우리의 ‘기다림’은 대상과 목적을 정해 놓고 , 그 기다림이 이루어지건


불발로 끝나던 간에 매듭이 지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고도의 기다림은 약속 시간도, 장소도, 목적도, 그리고 그 대상도 불확실


하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오지 않고, 가지도 않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서 시간만 흐른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안된다”


“우리는 이미 허무에 포위 되어있다”


“그러니 할 일이 없다”


“그런데 아침은 왜 날마다 찾아와 맘대로 잠도 자지도 못하게 깨우는 거야”


 


극중에서 고도를 기다리다 지친 주인공의 디디의 독백이다


그러면 주인공 고고와 디디가 날마다 기다리는 고도는 어떤 의미이며 고도는 누구인가


고도는 신이라는 주장도 있고, 희망의 상징이란 주장도 있고 자유란 주장도 있지만


고도는 각자에게 다른 것일 수도 있다.


 


삶은 선택했다기보다 선택 되어지는 것이다


이미 세상에 던져졌을 때 사는 의미가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야하는 지겹고 잔인한


숙명 속에서 끊임없이 무엇인가 기다려야하고


무엇인가를 찾아야하지만 막상 찾을 것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난처함


고고와 디디가 벌리는 웃지 않을 수 없는 코믹한 대화들, 만나면 다투고 욕하고


그리고는헤어지고 그리고 다시 만나고 화해하고.......


어쩌면 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과정들이 무의미를 견뎌내는 방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 것 외에는 그들이 할 수 있는 방편은 없었으니까


 


3시간 동안의 시종일관 감도 높은 흑백 사진 속의 어둡고 건조한 그림자 같은


분위기속에서 지루하리만큼 반복되는 대사를 견디면서 생각했다


인간은 혼자가 되는 것이 무섭고 두렵기 때문에 서로가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


관계란 것이 늘 허전하고 공허해서 함께 있어도 외롭고 쓸쓸하다


결국 이들이 기다리는 “고도” 란 그들 스스로 이며 계속 다투고 헤어지고 다시 만


나는 것은 자기를 찾아 되돌아가고 있는 회기의 과정이라는 것을...........


‘고도’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는 애초에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거나,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고도 그 어디에도 없고 또 동시에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이 아이러니 자체가 이 연


극을 이해하는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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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희곡작품 “ 고도를 기다리며..." 를 읽는 적이 있다


반복되는 대사가 지겹기도 했지만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면서도,


50년대에 쓴 이 작품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고 노벨문학상 까지 받을 수 있게한


프랑스인들의 문학 수준이 부럽고 놀랍기도 했었다


 


희곡은 읽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연극은 보고 듣는 것이 되겠다


그리고 희곡은 글을 통하여 작가와 독자가 간접적으로 만나는 것이지만, 연극은


무대라는 공간에서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을 통하여 배우와 관객이 직접만나는 것이다


희곡을 읽을 때는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되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읽으면 되지만, 연극에선 대사를 빨리 하면 빨리 이해를 해야 하고, 천천히


얘기할 때는 천천히 들을 수밖에 없다.


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건너 뛸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희곡 작품을 연극으로 상연하는 것은 또 다른 창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연극의 관객은 희곡의 독자와는 다른 감동을 받게 된다.


아무리 희곡에 충실하게 공연해도 연극이 주는 감동은 희곡이 주는 감동과는 다르고


연극은 영화와 다르게 같은 작품이라도 볼 때마다 새롭다


요즘 점점 연극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김용민 블러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