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마지막 토요일 아침―. 겨울 끝이었으나 따사로운 햇살 때문에 봄 기운이 완연했다.
주말마다 하는 습관에 이끌려 동네의 반포천 뚝방길을 걷고 있었다. 빠른 걸음 중 우연히
속도를 늦춰 발밑 어딘가를 보다 아주 조그만, 그러나 앙증스러운 이름 모를 보랏빛 꽃에 시선이 꽂혔다.
불현듯 몇 년 전 고은 시인이 읊조렸던 시 한 구절처럼 내 감정을 표현해 보았다.
“빨리 걸을 땐 못 보았네, 천천히 걸을 때 본 그 꽃”이라고.
성격은 괴팍해 한때 미투(me too)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글솜씨 하나는 좋은 시인 고은은
수년 전 다음 시를 발표해 인구에 회자시킨 적이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순간의 꽃’). 봄의 초입에 뚝방길을 걷다 우연히 조그만 꽃을 보고 고은의 시(詩)가 저절로
떠올랐던 것이다.
사실 이 꽃은 매년 3월 초를 전후해 내가 보아오던 꽃이다. 지난 겨울은 특히 눈이 많았는데도
고초를 이겨내고 다시 앙증스러운 모습을 드러내 더욱 반가움이 앞선다.
곧 코로나를 이겨낼 희망과 함께 친구들에게 봄소식을 전한다.
사진 1. 천천히 걸을 때 본 그 꽃
사진 2. 한 송이가 아니었다
사진 3. 지난 봄(2020.3) 미국 버지니아 딸네 집에 갔을 때도 똑같은 꽃을 보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주 보지도 못하는데.... 누구나, 언제나, 느낀 것을 올려서 서로의 마음을, 안부를 전하는 홈피가 되기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