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걸을 땐 못 보았네, 천천히 걸을 때 본 그 꽃”

by 이서항 posted Mar 1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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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마지막 토요일 아침―. 겨울 끝이었으나 따사로운 햇살 때문에 봄 기운이 완연했다.

주말마다 하는 습관에 이끌려 동네의 반포천 뚝방길을 걷고 있었다. 빠른 걸음 중 우연히

속도를 늦춰 발밑 어딘가를 보다 아주 조그만, 그러나 앙증스러운 이름 모를 보랏빛 꽃에 시선이 꽂혔다.

불현듯 몇 년 전 고은 시인이 읊조렸던 시 한 구절처럼 내 감정을 표현해 보았다.

“빨리 걸을 땐 못 보았네, 천천히 걸을 때 본 그 꽃”이라고.

 

성격은 괴팍해 한때 미투(me too)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글솜씨 하나는 좋은 시인 고은은

수년 전 다음 시를 발표해 인구에 회자시킨 적이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순간의 꽃’). 봄의 초입에 뚝방길을 걷다 우연히 조그만 꽃을 보고 고은의 시(詩)가 저절로

떠올랐던 것이다.

 

사실 이 꽃은 매년 3월 초를 전후해 내가 보아오던 꽃이다. 지난 겨울은 특히 눈이 많았는데도

고초를 이겨내고 다시 앙증스러운 모습을 드러내 더욱 반가움이 앞선다.

곧 코로나를 이겨낼 희망과 함께 친구들에게 봄소식을 전한다.

 

 

사진 1. 천천히 걸을 때 본 그 꽃

사진 2. 한 송이가 아니었다

사진 3. 지난 봄(2020.3) 미국 버지니아 딸네 집에 갔을 때도 똑같은 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