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그리움이다

by 김용민 posted May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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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Galaxy Note 9

 

숲길을 걸어 본 사람만이 숲의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영혼을 부르는 듯한 바람 소리, 새들의 울음소리와 꽃의 웃음소리, 저만치 누군가 나를 향해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은밀한 고요 속에서 툭툭 들려오는 소리들, 태초의 음악이 분명 이랬을

것 같다. 죽 끓듯 끓어오르던 마음을 천천히 내려놓고 아주 천천히 내가 내게로 돌아가는 시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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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Galaxy Note 9

 

산등성에 오르니 바람이 소나무 가지를 흔드는 소리가 빗소리 같다. 바람이 아니면 누가 저

많은 솔잎을 한꺼번에 흔들어 깨울 수 있으랴.  맑은 공기가 비릿한 풀내음과 함께 코끝을

간지르고 햇살이 촘촘히 얼굴에 와 박힌다. 계절은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있다. 봄이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봄 속에 내가 편승하지 못했던 것 아닐까. 놓쳐버린 버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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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Galaxy Note 9

 

가쁜 숨을 고르고 있는데 간밤에 바람이 헝클어 놓고 갔는지 땅바닥에 수북이 떨어져있는 꽃

이파리가 눈에 들어온다. 저 꽃들이 그냥 우연히 피었다가 지는 것일까. 보란 듯이 피었다가

저렇게 또 지고 나면 언제 꽃이었던가 싶게 다시 잡초로 돌아가는 생명의 방정식. 지난밤 이

산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소리없이 태어나고 사라졌을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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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걷다보면 가끔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외톨이로 서 있는 꽃들을 본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얼마만큼의 기쁨과 사랑 그리고 눈물과 시련을 할당 받고 태어

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일은 고통이나 기쁨에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라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산길에 홀로 피었다지는 저 꽃들처럼 자연스럽고 태연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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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되려는 의지 꽃을 피우려는 의지,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꽃이고 꽃의 힘이니 지고 말 것을

무슨 생각으로 철없이 피느냐고 탓하지 말자. 사랑의 결실이 꽃이라면 상처의 결실은 열매다.

봄은 생명이다. 욕망이 사라진 봄은 봄이 아니다. 내 마음에 꽃이 피지 않으면 봄이 곁에 있어도

이 없는 것이다. 꽃은 설레임이고 기다림이다. 꽃은 그리움이고 봄은 사랑이다.

 

 

사진 글 /돌배나무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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