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살다보니 혼자서 밥을 지어 먹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밥은 뭐니 뭐니 해도 여럿이 둘러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에서 갓 퍼 담은 밥이 맛있다
함께 밥 먹는 사이라서 식구(食口)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집집마다 전화가 없던 옛 시절
에는 많은 아내들이 아이들 먼저 밥을 먹여놓고 늦게 귀가하는 남편을 기다렸다. 아랫목에
밥을 묻어 놓고 몇 번이나 국과 찌개를 데우다가 혼자서 저녁을 먹는 일도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쩌다 점심때를 놓쳐 혼자 식당에 가게 되면 문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끼니를 거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와서 일상이 바빠지고 1 인가구가 늘어나다보니 혼자서 밥을 먹게 되는 일이 잦아졌다
식당에서 혼자어색하지 않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벽 쪽을 향한 1인 테이블이 늘어나고 있다.
‘혼밥’ 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밥솥에 1인분 쌀을 넣고 밥을 지으면 밥맛이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한 번에 한 3~4 인분 정도를 지어놓고 남은 밥은 냉동실에 넣었다가 먹게 되는
데 냉동했던 밥을 데워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찰기가 없고 맛도 떨어진다
처음에는 자주 ‘햇반’을 사다가 먹어 보았다. 라면도 마찬가지다.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너무 오래 간편하게 만들어 먹다보면 먹는 사람 기분이 좀 우울해 지는 것 같다. 우주선에서
비행하는 조종사들이 오랫동안 튜브에 들어있는 대용식으로 식사하다보니 우울해 지더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밥은 역시 식탁에 둘러앉아 여럿이 먹어야 맛있다
햇반의 등장은 혼밥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누가 이름 지었는지는 몰라도 참 잘 지은 것 같다. 내 생각엔 ‘햇밥’ 이라고 하면 더 친숙
하고 좋았을 것 같다 . 그러나 햇쌀, 햇과일, 등 ‘햇’ 이란 접두사는 갓 추수한 농산물이
라는 의미인데 햇반을 햇쌀로 만들지는 않았을테니 아마도 햇밥이라고 하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아 햇반이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음식의 맛은 기분에 따라 많이 좌우 되는 것 같다 혼자 먹더라도 식탁에 반찬그릇을 가지
런히 정돈 해 놓고 수저도 수저 밭침에 받쳐놓고 음악을 들어가며 천천히 먹다보면 없던
입맛이 살아난다.
가끔씩 그 옛날 아버지 어머니 누나 동생들과 함께 둘러 앉아 먹던 밥상이 생각난다.
그 때는반찬이 없었어도 밥맛이 참 꿀 맛이었는데. 밥을 먹으며 새삼 식구라는 의미와
함께 사는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해 본다
사진 김용민 /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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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어울린다는 말이 좋음을 다시 한 번 더 느껴봅니다.
멋진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