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과 햇반

by 김용민 posted Jan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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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살다보니 혼자서 밥을 지어 먹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밥은 뭐니 뭐니 해도 여럿이 둘러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에서 갓 퍼  담은 밥이 맛있다

함께 밥 먹는 사이라서 식구(食口)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집집마다 전화가 없던 옛 시절

에는 많은 아내들이 아이들 먼저 밥을 먹여놓고 늦게 귀가하는 남편을 기다렸다. 아랫목에

밥을 묻어 놓고 몇 번이나 국과 찌개를 데우다가 혼자서 저녁을 먹는 일도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쩌다 점심때를 놓쳐 혼자 식당에 가게 되면 문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끼니를 거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와서 일상이 바빠지고 1 인가구가 늘어나다보니 혼자서 밥을 먹게 되는 일이 잦아졌다

식당에서 혼자어색하지 않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벽 쪽을 향한 1인 테이블이 늘어나고 있다.

‘혼밥’ 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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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에 1인분 쌀을 넣고 밥을 지으면 밥맛이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한 번에  한  3~4 인분 정도를 지어놓고 남은 밥은 냉동실에 넣었다가 먹게 되는

데 냉동했던 밥을 데워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찰기가 없고 맛도 떨어진다

처음에는  자주 ‘햇반’을 사다가 먹어 보았다.  라면도 마찬가지다.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너무 오래 간편하게 만들어 먹다보면 먹는 사람 기분이 좀 우울해 지는 것 같다. 우주선에서

비행하는 조종사들이 오랫동안 튜브에 들어있는 대용식으로 식사하다보니 우울해 지더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밥은 역시 식탁에 둘러앉아 여럿이 먹어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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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의  등장은 혼밥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누가 이름 지었는지는 몰라도 참 잘 지은 것 같다.   내 생각엔 ‘햇밥’ 이라고 하면 더 친숙

하고 좋았을 것 같다 . 그러나  햇쌀,  햇과일, 등  ‘햇’  이란 접두사는 갓 추수한 농산물이

라는 의미인데 햇반을 햇쌀로 만들지는 않았을테니 아마도 햇밥이라고 하면 문제가 생길

같아 햇반이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음식의 맛은 기분에 따라 많이 좌우 되는 것 같다 혼자 먹더라도 식탁에 반찬그릇을 가지

런히 정돈 해 놓고 수저도 수저 밭침에  받쳐놓고 음악을 들어가며 천천히 먹다보면 없던

입맛이 살아난다.

가끔씩 그 옛날 아버지 어머니 누나 동생들과 함께 둘러 앉아 먹던 밥상이 생각난다.

그 때는반찬이  없었어도 밥맛이 참 꿀 맛이었는데.  밥을 먹으며  새삼 식구라는 의미와 

함께 사는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해 본다

     

                                                              사진 김용민 /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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