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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Life · Dream · 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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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난 나무 한그루

가파른 언덕에 안간힘으로 서서 그 것이 기다림인 줄도 모르고 기다리다가

한순간에 가차 없이 톱으로 베어지는 것이 운명이라는 것을 나무는 알고 태어났을까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일은 고통이나 죽음은 두려워 할 대상이 아니라

저 풀숲에 혼자 서 있는 나무 같이 의연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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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는 것은 온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했다던가

전에 보았을 때는 푸른 잎으로 무성하던 나무가 길 쪽으로 넘어져 앙상한 가지가 드러나 있다

시멘트 블록 사이에 심어져 밑 둥만 간신히 버티고 올라온 나무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것은 아닌지

나무도 자살을 할까? 실없는 생각이 드는 것은 엊그제 밤 어떤 노인의 고독사를 다룬 심야영

화를 보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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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나무곁을 살금살금 걸어갈 때 나무는 그를 놓치지 않으려고 파르르 떨고 있다

바람이 전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 바람에 나무가 웅 웅 대답하는 소리를 알 수가 있다면.

마음속을 돌아나가는 회오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머무름이나 떠남, 드러남이나 은폐에 연연하지 않는 나무의 고요와 여백

내가 보는 걸 너도 봤으면

내가 느끼는 걸 너도 느꼈으면

 

 

 

 

 

work-001.jpg

 

 

저 나무가 갑자기 걸어간다 해도 그림자는 주저 없이 따라 갈테지

이곳과 저 곳, 있고 없음의 경계가 하나의 색으로 동일한 공간에서 평정 되는 곳

다채로운 세상에서 흑백사진은 하찮은 것일 수 있지만 아주 비장한 것일 수도 있다

색깔을 빼면 모든 사물이 비로소 명료해지고 본래의 모습이 되더라는 사실,

쇼핑백을 들고 총총히 사라진 사람 빈자리 여백에 나를 세워 본다

부디 쫓기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봐야겠다. 햇살도 다정한 오후.

 

 

돌배나무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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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박혜옥 2019.06.25 13:34
    '색깔을 빼면 모든 사물이 비로소 명료해지고 본래의 모습이 되더라는 사실.'
    우리 삶도 그렇겠지요.
    지금부터라도 불필요한 것들을 빼고 깔끔하고 여유롭게 사는 노력을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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