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by 김용민 posted Sep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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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_5995 사본.jpg

                                                                                               가을  /  한지에 핀 꼽기

 

 

가을에

 

 

하늘이 시리게 파란 아침

가졌던 비 모두 땅에 내려주고 한결 가벼워진

구름 몇 조각

덩달아 내 발걸음도 가볍다

 

낯익은 연 밭이 오늘따라 휑하니 낯설다

멍하니 서 있는 저 연꽃들

그 많던 잎사귀 다 어디 두고 알몸이 되었을까

무성 할 때는 눈에 띄지 않더니,

힘겨웠겠다.

여름내 무거운 머리 매달고 버티느라

 

바람이 툭툭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부스스 옷 벗는 소리

꽃도 잎도 다 그만두고 이제 그만 흙이 되겠다는 것일까

몇 개 남아있던 꽃잎이 후르르 떨어진다

꽃 떨어진 자리 숭숭 뚫린 씨방 안에서

두런두런 들리는 이야기 소리

 

계절은 언제나 기다림 밖에서 찾아와

기다림 밖으로 떠나가는데

모두 허수아비처럼 서서 바라만 보고 있을 뿐

 

버려진 것은 버려진 것끼리

남은 것은 남은 것끼리

저마다 살아갈 궁리를 하는 가을이다

 

 

돌배나무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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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시를 써 놓고 가을 연 밭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한지를 구겨

펼쳐놓고 핀을 꼽아 보았지요. 뒤에서 조명을 주어 그림자를 만들고 배경을 흐리게

해서 입체감을 주어 이파리 떨어진 연 밭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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