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처럼 음악처럼
소나기 한차례 지나간 거리
물 먹은 아스팔트길을 노란 경계선 따라 걸어봅니다.
거꾸로 서서 따라오는 신발 밑창에는
파란 하늘이 쩍쩍 묻어나고
우루루 횡단보도 하얀 빗금 사이에 달라붙어 음표가 되는
사람들, 사람들
오선지에서 음악소리라도 들린다는 것인지
허리 부러진 가로등이 몸을 틉니다.
자동차 한 대 휭 하니 훼방 놓듯 지나가면
선잠 깨고 난 꿈속이 그랬듯
깨어진 거울 파편처럼 흩어지는
풍경들, 생각들
비가 오면 세상은 가끔 그렇게 내게 번져와
그림이 되고 음악이 되다가 화르르 무너집니다.
다 망가진 꽃밭 앞에서 넋 잃고 혼절하던
그날도, 하늘마저 흔들리고
빗물이거나 눈물이거나
그렁그렁 물 머금은 것들의 깊이는 알 수 없는 것
가끔 결 고운 비단으로 보이는 것은
아마도 설핏한 햇살의 눈부심 때문이겠지요.
어쩌면 글썽임 때문이거나
돌배나무 /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