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 나에게로 돌아가는 시간 )

by 김용민 posted Jun 1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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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양수리

고즈넉하게 돌아보며 거닐다보면 보이는 것이 모두 단순해진다.

시선이 단순해지면 생각마저 단순해지는 법 움켜잡고 있던 마음들을 강가에

내려놓을 수 있는 것도 위안이다 생각하는데 바람이 인사를 한다

백만 년의 고독을 지나 방금 도착했다는 듯 바람이 헐레벌떡 들숨 따라 가슴

깊이 들어온다.

 

 

 

 

                                                                                                           사진 / 두물머리

잠자리 한 마리가 커다란 연잎 위로 살금살금 올라 앉는데 꽃잎이 잠자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파르르 안간힘을 쓴다

사는 것이 산허리에 바짝 붙어 흐르는 북한강처럼, 닿을 듯 말 듯 그리워하다가 아득

해지는 것이라지만 저 꽃잎처럼 살아 내려는 작은 바램 하나쯤은 가져야하지 않을까

낮은 곳에 있어서 하류가 아니라 생각 없이 흘러가다가 쓸모없어지는 것이 하류라는

말이 생각난다

 

 

 

 

                                                                                                         사진  / 두물머리

풍경을 보기 위해선 풍경 안으로 들어가 풍경이 되어야 한다고 했던가

아무도 없는 드넓은 강가, 구름이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다가 점점 생기를 잃고

잿빛이 되어간다.

지난 밤 얼마나 많은 것들이 이 곳에서 생겨나고 사라지고 했을까

슬픔과 기쁨의 발원지가 같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혼자 고개 꺾은 저 연꽃, 보아주는 이 없더라도 한 때는 꽃 이였다는 것을 잊지말기를.

조금은 적적하고 춥고 외롭더라도.

 

 

 

 

                                                                                                            사진  / 세미원

혼자의 시간을 누구는 채우는 시간이라 하고 누구는 비우는 시간이라 하지만 평화도

오래 지속되면 고독이라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하지만 이 고요 속에 혼자인 내가 나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는 것, 기어이 온전하게

혼자가 되어 본다는 것도 축복이다 

다시 고요 속에 아주 천천히 나를 내려놓아본다

오늘도 혼자 오길 잘했다

 

돌배나무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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