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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Life · Dream · 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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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처의 강은 벌 써 봄인데 양수리 강물은 아직 겨울이다

어제 밤에 내린 하얀 눈 위로 군데군데 열꽃처럼  반점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겨울도 이

제 끝물인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리는 흔적들, 그러나 지워지는 것은 언제나 나의 의식과 사고에서만

지워졌을 뿐 ....

  

   

멀리서서 보면 검은 반점들이 동그랗게 가위로 오려낸 것 같으나 망원렌즈로 가가이 보면  

전혀 다른 형상이 된다

화선지에 잘 못 떨어진 한 방울의 먹물처럼 번지고 스미고 포개지면서 일그러지다가 잠시 멎

은 듯하고 다시 부풀어지는 것을 보면 살아있음이 분명하다

단단한 나무 등걸 안에서 둥그렇게 제 영역을 만들어가는 나이테처럼

      


세상의 모든 일들이 저 혼자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어두운 것은 밝은 것에 대비되어야 어두울 수 있는 것이며 부드러움은 단단함 속에서 생기듯

닮음과 반복 대칭과 균형은 넉넉한 흰백의 여백 안에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커다란 분화구 곁에 있는 듯 없는 듯 자리한 작은 점 하나가 소박하지만 나름 당당하다

지극히 큰 것과 지극히 작은 것 멀고 가까움은 자연의 어울림이며 질서다

     

     

아름다운 조화는 둘 사이에 서로 다른 것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 서로 긴장을 유지하며

존재 할 때 생기는 관계이다

낯선 듯하면서 낯설지 않고 같은듯하면서도 절대 같지 않기에 생명은 비로소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둘이 합쳐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두려워하면서 설레이면서 .....

     

     

검은 반점들 뒤로 수없이 이어지는 실금들이 덧없거나 무의미해 보이지 않는 것은 이 수많은

검은 반점들과  밝은 면 그리고 선들의 구조는 지워짐으로 가는 구조가 아니라 다시 생겨남을

전제로 하는 자연 현상이기 때문이다

겹침과 가려짐이란 생멸 현상이 아니라 다시 무엇으로 생겨나기 위한 숨겨짐과 가려짐이다

마치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겨울이 비켜준 틈새를 봄이 비집고 나오는

것처럼......

겨울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다음 해에 다시 새롭게 생겨나기 위해  봄 뒤에 잠시 숨는 것이다

     

돌배나무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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