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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Life · Dream · 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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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 듯이 보일 듯이


무겁게 내려앉은 잿빛 하늘과 을씨년스러운 들판뿐인 겨울 풍경입니다

그럼에도 일말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풀밭이 엷게 머금은  희끗희끗한 눈빛의 지순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능선의 부드러움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왼편으로 유연하게 낮아지는 비탈길 아래 단아한 자세로 서있는 한그루 나무가 오랜 세월을

소리 없이 살아낸 여인네의 고운 품세 같아 보입니다

만일 이 사진이 흑백이 아니고 컬러였다면  파란 하늘이나 풀밭 등 색채의 현란함에 파묻혀  

고즈넉한 느낌이 가리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능선 끝자락쯤엔 비탈을 막아줄 듯이 버티고 서있는  하얀 울타리가 있습니다

그래봐야  마음만 먹으면 쉽게 빠져나갈 만큼 엉성한 울타리지만 자칫 허전 할 뻔한 풍경의

밋밋함을 채워줍니다

소박하고 볼품없는 것이지만 손가락으로 가려놓고 보면 그 나름의 의미가 드러나는 이 사진

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입니다

부족하고 모자람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이유, 그래서  완벽은 인간의 꿈이지 자연의 몫은 아니

라는 말이 생겼을런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나서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되는 것처럼 우리가 어떤 존재의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은 그 것을 잃었을 때입니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이라는 어릴 적 부르던 “따오기” 노랫말이 생각납니다

인간은 아름다운 자연을 창조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아름다움을 드러나게 할 수는 있습니다

억지로 꾸미지 않고 그렇다고 내버려두지도 않는 이 두 가지 마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

에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발견해 내는 것이란 생각을 다시 해 봅니다


돌배나무/ 김용민    (  F11 36mm ISO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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