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江
강물에 비치는 시멘트 다리가 오늘은 관능적으로 보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적당히 어우러져 내리는 기둥의 곡선과 살진 부피가 등허리로부터 깊이 파였다
가 엉덩이 쪽으로 솟아오르는 여인의 누드를 보는 것 같습니다
뜬금없이 나타나는 적나라한 연상들은 전적으로 나의 내면에서 기포처럼 떠 올라오는 것이겠
지만 저 강물도 나처럼 내 알몸을 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 해 봅니다
빛에 의해서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만들어지고 면과 면 사이에 선이 생기고 갈라지고 경계가
만들어지고 의식과 더불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생각에 따라 강은 강이 아닌 전혀 다른 무엇이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우리의 연상의 물길 속으로 들어갔다가 흠뻑 젖어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강은 다시 벗은 속살을 감추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자로 잰 듯 분명하던 형상이 조금씩 흔들리다가 서서히 엉키면서 하나가 됩니다
어느 날 부터인가 이만저만한 이유로 각방을 쓰게 되던 중년부부가 세월이 지나면 차츰 경계
가 허물어지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비오고 바람 불고 낙엽지고 눈 내리던 날들의 울며불며 날카롭게 날을 세웠던 수많은 일들도
세월 지나돌아보면 특별할 것 없는 한낱 시간의 환이 아니었나 생각 됩니다
강물이 빛의 조각들로 퍼덕이기 시작합니다
물살이 바람에 끌리고 밀리면서 푸른 등짝에 다시 밤하늘의 별을 만들어놓는 것을 보면서 한
없는 치매감에 어지러워집니다.
그동안 내게 와 닿았던 것들과 내 몸 속을 겉돌았다가 돌아가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내 가난한 마음 안에 아직도 질척거리며 남아있는 어두운 기억들도 이렇게 강물위에서 흔들
리다가 언젠가는 사위어 갈 테지요
돌배나무/김용민
보는 것 만으로도 인생의 저 깊은 곳을
느끼게 합니다.
사진으로, 글로
마음을 맘껏 표현할 수 있는 용민샘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우리도 용민샘의 마음을,생각을
공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