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어른이 되면 나도 훨훨 날아다녀야지
눈송이가 하늘에 긋는 하얀 선을 보며 황홀해 했던 어릴 적이 있다
오늘도 그때처럼 눈이 온다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한없이 떨어지고 있다
오랜 세월 나도 눈송이처럼 떠돌았다
어딘지도 모르고
어딘지도 모르는
마지막 남은 벚꽃이 몸을 날리고 나서야
봄이 끝나는 것처럼
땅바닥에 몸을 내려놓으면 비로소 끝이 나는 삶의 여정
나는 지금 점자를 더듬듯 읽고 있다
무성영화 자막처럼 눈송이가 몸으로 쓰는 하얀 글씨
어디든지 갈수 있지만 아무데도 갈 수 없더라는 말
오늘 아침에 알았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와 앉는
하얀 빛의 앙금,
순수는 눈부시게 하얀 것이 아니라
있는 힘 다해 끌어안았다가 끝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단 하나의 마음으로 말없이 남는 것
돌배나무/ 김용민
순수는 눈부시게 하얀 것이 아니라
있는 힘 다해 끌어안았다가 끝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단 하나의 마음으로 말없이 남는 것...
새해 아침에 큰 울림을 주는군요. 돌배나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