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 굴 (경춘선 숲길에서)

by 김용민 posted Oct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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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는 그들의 웃음이 내게도 전염되었는지

참 많이 웃고 다닌 오후였다

그들의 넉넉한 심성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진은 결정적인 한 순간을 담아내기 위한 긴 여정이다

그 한순간을 위해 우리는 걷고 또 걸으며 셔터를 누른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잠깐 카메라 건너편을 보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얼굴이

햇살을 타고 렌즈 안으로 들어온다

익숙했던 사람의 얼굴에서 전혀 다른 얼굴이 나타날 때가 바로 셔터를 누를 타이밍이다

얼굴에는  그 사람의 인생 여정이 들어 있다

수십 년을 통해 겪어온 긴 시간들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깃들여 있다

그 드라마를 필름처럼 풀어내며 어떤 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사진가의 할 일이다


“김치 ~ 여기를 보세요... 하나 둘 셋 ”은 잘 못되어도 한참 잘 못된 방법이다

“카메라를 보세요. 렌즈 안에 당신을 보세요” 가 맞는 말이다

카메라를 보라는 말은 사진 찍는 사람을 의식하지 말라는 말이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방법밖에는.....

그의 얼굴에서 자연스럽게 시간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도록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이야기하고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

사진은 소통이다


김 용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