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깃 발
구름이 강물에 고요를 만들다 말고
자꾸 흩어진다
바람만큼 툭 툭 떨어지는 연꽃들
깡마른 연 줄기들이 제 키 만큼 흔들리다가
익숙하게 드러눕는다.
기어이 한마디 건네고 싶어서일까
참 멀고도 아픈 생각들이 다가와 희끗희끗
속살을 드러내는 것은
누군가 떠나나보다
감추어 두었던 마른이파리 하나씩 꺼내들고
길게 도열해 있는 꽃 대궁들
목이 부러졌거나 허리가 잘렸거나
성치 못한 몸으로 서서 팔을 흔든다
데려가라는 듯, 따라가겠다는 듯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여자처럼 나부끼다가
다시 고요해 진다
바람은 그저 지나가기만 했는데
돌배나무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