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깃 발

by 김용민 posted Oct 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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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 발


구름이 강물에 고요를 만들다 말고

자꾸 흩어진다

바람만큼 툭 툭 떨어지는 연꽃들

깡마른 연 줄기들이 제 키 만큼 흔들리다가

익숙하게 드러눕는다.

기어이 한마디 건네고 싶어서일까

참 멀고도 아픈 생각들이 다가와 희끗희끗

속살을 드러내는 것은


누군가 떠나나보다

감추어 두었던 마른이파리 하나씩 꺼내들고

길게 도열해 있는 꽃 대궁들

목이 부러졌거나 허리가 잘렸거나

성치 못한 몸으로 서서 팔을 흔든다

데려가라는 듯, 따라가겠다는 듯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여자처럼 나부끼다가

다시 고요해 진다


바람은 그저 지나가기만 했는데



돌배나무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