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진 유리창 너머 어두운 탈의실 안에서 텅텅 빈 소리가 난다
그 적막함 앞에 내 외로움은 얼마나 민망한 것인지
온통 낡고 빛바랜 것들이 시간의 갈피를 넘기면서 다가온다
오랜 세월을 겪은 탓일까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그런 그리움 같기도 하고 서글픔 같기도 하고,
사라져가는 낡은 마네킹이 기를 쓰고 내 눈에 들어오려는 것은 무언가 아직 할 말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무렇게나 써 갈긴 페인트 낙서, 굴러다니는 종잇장, 시멘트 틈새를 비집고 오르는 잡초들,
나를 향해 말을 걸어오는 저 수많은 것들에서 평범한 삶의 위엄을 배운다
내가 사랑했던 것들, 이제 그만 내려놓아야 할 것들, 간직해야 할 것들 , 버려야 할 것들
세상에는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