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끝자락에 찾은 물의정원 꽃들은 이미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양귀비 붉은 꽃밭 사진들만 보고 기대에 부풀었던 때문인지 모두 실망스런
눈빛입니다
꽃이라고 하면 누구나 활짝 피어있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떠 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시들지 않는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화려한 꽃도 언젠가는 시들어버리기 마련인 것을 , 언제부터 꽃이고 언제부터
꽃이 아닌지.....
꽃에 대하여, 아름다운 것에 대하여 생각하며 걷습니다
언젠가 내가 다니는 교회 뒤뜰에서 며칠 동안 가난한 노인들의 영정사진을 찍어준
적이 있습니다.
녹녹치 않은 삶을 견뎌온 분들이라 차림새도 초라하고 표정도 덤덤했습니다.
어떤 할머니 한분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하얗게 분화장을 하고 입술에 붉은 루즈를
바르고 나오시더니 예쁘게 찍어 달라고 했던 생각이 납니다.
특별히 신경 써서 여러 컷을 찍어 드렸습니다
꽃은 시들어야 열매를 맺습니다.
꽃의 일생에서는 시드는 것도 숭고한 삶의 한 과정입니다
꽃잎이 떨어지는 것은 바람 때문이 아니라 뒤에 태어날 열매를 위해 스스로
사라져 주는 아름다운 모성애입니다
꽃은 피어나기위해서도 애를 쓰지만 저렇게 지기 위해서도 애씁니다
그래서 깊게 패인 그 할머니의 주름살이 그랬고 오늘은 시들어 고개 숙인 꽃이
아름답게 보이나 봅니다
나에게 꽃이 되어야 비로소 꽃이라는 시 구절이 생각납니다.
시들어가는 붉은 꽃송이에 렌즈를 겨누면서 그 때 그 할머니 얼굴을 오버랩
시켜봅니다.
사진은 확인 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는 것입니다
돌배나무 /김용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