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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2012.10.31 17:14

forever / steve raiman

조회 수 91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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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을 속으로

박정만(1946~1988)


사랑한다 사랑한다
눈부신 꽃잎만 던져놓고 돌아서는
들끓는 마음 속 벙어리같이
나는 오늘도
담 너머 먼 발치로 꽃을 던지며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를 낸다
내사 짓밟히고 묻히기로
어차피 작정하고 떠나온 사람
외기러기 눈썹줄에 길을 놓아
평생 실낱같은 울음을 이어 갈 것을
사랑의 높은 뜻은 비록 몰라도
어둠 속 눈썰미로 길을 짚어서
지나가는 길섶마다
한 방울 청옥같은 눈물을 놓고 갈 것을
머나먼 서역만리
저 눈부신 실크로드의
가을이 기우뚱 기우는 저 어둠속으로




11월의 노래

김 용택


해 넘어 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 그늘 내린 동구 길
하염없이 바라 보다
산 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 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 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이 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 김..납니다..




체로키 인디언의 축원 기도
(cherokee prayer blessing)

장영희(1952 - 2009) 譯(장영희 英美詩산책 '축복' 中)


하늘의 따뜻한 바람이
그대 집 위로 부드럽게 일기를
위대한 신이 그 집에
들어가는 이를 모두 축복하기를
그대의 모캐신 신발이
여기저기 눈 위에 행복한
흔적 남기기를
그리고 그대의 어깨 위에
늘 무지개 뜨기를.





  • ?
    윤경자 2012.11.04 10:51
    만약에 '가을'이 없다면 말이예요.
    우리를 이렇게 조용히 침잠시켜주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명상에 잠기게 하는 가을이 없다면 말이예요.

    한해를 정리하며 조용히 떨어지는 낙엽들을 바라보며
    그리움과 회한에 젖어보는 가을이 없다면 말이예요.

    지금보다도 더욱 조급한, 입시생같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문제집만 마구마구 풀어대다가 시간을 보내버린 그런 유형의 입시생말예요.

    마음속 깊이 가을을 전해주시는 윤준씨! 감사합니다.
  • ?
    박정숙 2012.11.12 11:18
    윤준씨와 경자 정말 고맙네!
    매번 음악과 시를 올려주는 윤준씨와
    그것에 대해 시와 같은 댓글을 올려주는 경자
    모두가 감동이 아니련가!
  • ?
    오정희 2012.11.13 15:04
    시절 맞추어 선별된 시와 음악들...
    감동 받는 정숙이 까지 세 친구 모두가 늘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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