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ver / steve raiman

by 김윤준 posted Oct 3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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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을 속으로

박정만(1946~1988)


사랑한다 사랑한다
눈부신 꽃잎만 던져놓고 돌아서는
들끓는 마음 속 벙어리같이
나는 오늘도
담 너머 먼 발치로 꽃을 던지며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를 낸다
내사 짓밟히고 묻히기로
어차피 작정하고 떠나온 사람
외기러기 눈썹줄에 길을 놓아
평생 실낱같은 울음을 이어 갈 것을
사랑의 높은 뜻은 비록 몰라도
어둠 속 눈썰미로 길을 짚어서
지나가는 길섶마다
한 방울 청옥같은 눈물을 놓고 갈 것을
머나먼 서역만리
저 눈부신 실크로드의
가을이 기우뚱 기우는 저 어둠속으로




11월의 노래

김 용택


해 넘어 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 그늘 내린 동구 길
하염없이 바라 보다
산 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 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 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이 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 김..납니다..




체로키 인디언의 축원 기도
(cherokee prayer blessing)

장영희(1952 - 2009) 譯(장영희 英美詩산책 '축복' 中)


하늘의 따뜻한 바람이
그대 집 위로 부드럽게 일기를
위대한 신이 그 집에
들어가는 이를 모두 축복하기를
그대의 모캐신 신발이
여기저기 눈 위에 행복한
흔적 남기기를
그리고 그대의 어깨 위에
늘 무지개 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