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사대부고 21회 동기회 동아리
블로그21
조회 수 3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도종환(1954 - )


1.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2.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3. 희망

그대 때문에 사는데
그대를 떠나라 한다.

별이 별에게 속삭이는 소리로
내게 오는 그대를
꽃이 꽃에 닿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대를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고
사람들은 내게 이른다.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돌아섰듯이
알맞은 시기에 그대를 떠나라 한다.

그대가 있어서
소리없는 기쁨이 어둠속 촛불처럼
수십개의 눈을 뜨고 손 흔드는데

차디찬 겨울 감옥 마룻장 같은 세상에
오랫동안 그곳을 지켜온
한장의 얇은 모포 같은 그대가 있어서
아직도 그대에게 쓰는 편지 멈추지 않는데

아직도 내가 그대곁을 맴도는 것은
세상을 너무 모르기 때문이라 한다.
사람사는 동네와 그 두터운 벽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 한다

모든 아궁이가 스스로 불씨를 꺼 버린 방에 앉아
재마저 식은 질화로를 끌어안고
따뜻한 온돌을 추억하는 일이라 한다

매일 만난다 해도 다 못만나는 그대를
생에 오직 한번만 만나도 다 만나는 그대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56 낯선 재회, 파사칼리아 / 김동규, 시크릿 가든 김윤준 2012.08.31 31
2355 ponchielli 'suicidio' / maria callas 1 김윤준 2012.08.31 24
2354 mendelssohn overture 'die hebriden' / ilona mesko & vso 김윤준 2012.08.31 17
2353 beethoven symphony no.9 - 3rd mvt. / daniel barenboim & wedo 1 김윤준 2012.08.31 19
2352 mozart piano sonata no.11 / ivo pogorelich 김윤준 2012.08.31 19
2351 <font color=purple face=HY엽서L><b>GANGNAM STYLE 1 홍현숙 2012.08.28 74
2350 <font color=purple face=HY엽서L><b>가을을 기다리며... 12 홍현숙 2012.08.17 291
2349 한장의 사진 2 김용민 2012.08.04 102
» big big world / gheorghe zamfir 김윤준 2012.07.31 31
2347 you're my best friend.. / don williams 2 김윤준 2012.07.31 54
2346 moanin' / art blakey & the jazz messengers 김윤준 2012.07.31 20
2345 everything's gonna be alright / sweetbox 김윤준 2012.07.31 19
2344 i am.. i said / neil diamond 김윤준 2012.07.31 22
2343 chariots of fire / vangelis 김윤준 2012.07.31 18
2342 knocking on heaven's door / guns n roses 김윤준 2012.07.31 17
2341 genghis khan / dschinghis khan 김윤준 2012.07.31 20
2340 day-o / harry belafonte 김윤준 2012.07.31 17
2339 il cielo in una stanza / mIna 1 김윤준 2012.07.31 26
2338 delilah / tom jones 1 김윤준 2012.07.31 27
2337 a summer place / percy faith 1 김윤준 2012.07.31 34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30 Next
/ 13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