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11월' - 나희덕2.그 곡절 많은 사랑은기쁘던가 아프던가젊어 한창때그냥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기쁨이거든여름날 헐떡이는 녹음에 묻혀들고중년 들어 간장이 저려오는 아픔이거든가을날 울음빛 단풍에 젖어들거라.진실로 산이 겪는 사철 속에아른히 어린 우리 한평생그가 다스리는 시냇물로여름엔 시원하고가을엔 시려오느니사랑을 기쁘다고만 할 것이냐,아니면 아프다고만 할 것이냐,'산에서' - 박재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