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은 때 묻었나절반은 흙이 된 빛깔황폐한 얼굴엔 표정이 없다.나는 무한히 살고 싶더라너랑 살아 보고 싶더라살아서 죽음보다 그리운 것이 되고 싶더라억 만 광년의 현암(玄暗)을 거쳐나의 목숨 안에 와 닿는한 개의 별빛우리는 아직도 포연(砲煙)의 추억 속에서없어진 이름들을 부르고 있다따뜻이 체온에 젖어든 이름들살은 자는 죽은 자를 증언하라죽은 자는 살은 자를 고발하라목숨의 조건은 고독하다.바라보면 멀리도 왔다마는나의 뒤 저편으로어쩌면 신명나게 바람은 불고 있다.어느 하 많은 시공(時空)이 지나모양할 수 없이 지워질 숨자리에나의 백조는 살아서 돌아오라.목숨 / 신동집(申瞳集, 1924 - 2003)- 出典 : 아시아자유문학상 수상 시집 '서정의 流刑'(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