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고래 딛고 어머니가 들여온 밥상아욱국이 입안에서 달금하다날마다 재봉틀 앞 허리 굽혀 앉은뱅이하다가끔씩 일어나 가꾼 것들이다동네 아낙들의 시샘에도 오가리가 들지 않고푸릇하니 살이 올랐다빈 북실에 실을 감듯, 두엄으로 길러낸 아욱 잎엔잎맥들이 팽팽하다재봉틀 아래에서 올려진 밑실, 윗실과 합쳐져손바닥 같은 잎사귀마다 촘촘히 박혀있다날이 여물수록 어떤 마음이 엽맥에 배인 것일까누런 된장과 끓어올라 게게 풀어져맛깔난 향이 가득하다애야, 가을 아욱국은 사위 올까봐 문 걸고 먹는 거란다,딸내미가 아귀차게 먹는 양을 보고 웃으신다오랜만에 고봉밥을 비우며 바라보는 어머니 머리 위올 굵은 실밥 길게 묻어있다어머니가 다듬은 아욱국은뜨겁게 내게 넘어오는데숟가락 든 손끝은 바늘에 박힌 것처럼 아득하다딴청 피듯 묻은 실밥을 떼어내고얼결에 집어든 열무김치를 무뚝 베어 문다매옴하게 번져오는 가을이 깊다김윤이 '가을 아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