睡蓮슴베라는 말,슴베찌르개를 볼 때마다 궁금해지는 말,사전을 찾으려다 금세 잊어버리는 말,큰맘 먹고 사전을 뒤지면칼, 호미, 낫 따위의 자루 속에 들어박히는 뾰족하고긴 부분이라 나오는 말,찬란하게 드러난 칼몸이 아니라자루 속에 숨어칼끝의 궤적을 제어하는 뭉툭한 말,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보이는 세계그 뒤엉킨 힘의 방향을 좌우하는 말,감싸 쥔 신의 손아귀를 얼핏 느끼게 하는 말,하지만, 보이지 않은 차원이그리 대수롭지않은 세계라는 걸 일러주는 말,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세계가화려하고도 정교한칼몸을 춤추게 한다는 걸 가르치는 말,거칠고 투박한여기가 오히려 숨은 힘이라고눈에 빤한 이 세계와숨은 차원을 일순간에 바꿔치기 하는 말,주눅 들지 말고이제 지상에서 살아가라고슴베찌르개처럼 가슴에 거칠게 박히는 말.박현수 詩 '슴베라는 말을 배우다'